가해학생 솜방망이 처벌 학교폭력과의 전쟁 말뿐

양평 중학생 “보복이 두렵다” 1개월째 등교 거부

양평군 서종면 A중학교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한 가운데 피해 학생이 “보복이 두렵다”며 1개월째 등교를 거부하고 있다.

23일 양평교육지원청과 A중학교, 학부모 등에 따르면 지난 3월14일 쉬는 시간에 복도에서 이 학교 2학년 A군(15)이 같은 학년 B군(15)으로부터 복부 등을 수 차례 폭행 당했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교사의 중재에 의해 이같은 사실은 학교에 알려졌고 가해 학생은 “서로 장난치다가 생긴 일”이라고 주장한 반면, 피해 학생은 “이유 없이 맞았다”고 진술했다.

학교 측은 지난달 4일 교사와 학부모, 경찰 관계자 등 9명의 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를 열고 가해 학생이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가해 학생에게 서면으로 사과하고 다시는 폭력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당시 학폭위에 참석한 피해 학생의 학부모는 “과거에도 맞은 적이 있다. 며칠 동안 복통을 호소하고 팔에는 멍이 들 정도였다”고 주장했지만 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채 종결됐다.

이에 피해 학생은 지난달 8일부터 최근까지 등교를 거부하고 있다. 가해 학생의 보복이 두려워 등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피해 학생 학부모는 “학폭위 과정이 학생들에게 여과없이 알려져 피해 학생이 오히려 ‘고자질쟁이’로 낙인 찍혔다. 학교가 피해 학생을 보호하려는 의지가 있는 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할 수 있는 노력은 모두 다했다는 입장이다.

A중학교 교감은 “가해 학생의 학부모가 서면으로 ‘다시는 폭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사과했다”며 “학폭위 이후 가·피해 학생의 화해 프로그램을 권유했지만 피해 학생 학부모가 모두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피해 학생 학부모는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학교의 제안을 믿고 선택할 수 없었다”며 “가해 학생에게 무거운 징계를 내려 달라는 게 아니며 앞으로 아이를 어떻게 학교에 보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양평=허행윤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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