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저런 세상 얘기들로 대화의 꽃을 피우다가, 자기 마음에 안 들거나 좀 규정에서 벗어난다고 여겨질 때면 어김없이, ‘이러는 법이 어디 있어!’라고 외치는 것이다.
‘법’이 그냥 명사로 쓰일 때는 국가의 강제력을 수반하는 사회규범 등을 가리킨다. 그렇게 살갑지 않은 뜻을 가졌음에도 어린아이는 물론이고 어른들마저 이 ‘법’을 자주 들먹이는 것이다.
법이 의존명사로 쓰일 때는 방법이나 방식을 뜻한다. 예를 들면 ‘자기 자신을 달래는 법’이나 ‘수학을 잘하는 법’ 등으로 쓰이고, 도리나 이치를 가리킬 때는 ‘사랑한다고 해서 꼭 같이 살라는 법 있나요?’라고 반문하거나, ‘우리가 꼭 당하고 살라는 법은 없지!’라고 다짐하기도 한다.
심지어 우리는 동의하는 말에도 이 ‘법’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사용한다. ‘그런 짓을 하다니 벌을 받을 법도 하지요’라고 한다거나, ‘그렇게 말하다니 싸움이 날 법도 했네요!’라고 맞장구를 치는 것이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다.
나는 저 많은 ‘법’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저렇듯 많은 말이 ‘법’을 빙자해 오랜 세월 쓰이고 있는 경우는 아마도 우리나라뿐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거기에는 국민의 오랜 바람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법은 멀고, 주먹이 가깝다’는 말은 그만큼 억울한 이들이 넘쳐난다는 뜻일 게다.
약자를 보호하면서 기강을 바로 잡아야 하는 법의 소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기 때문에 저 수많은 ‘법’들이 탄생했다고 보면, 법을 집행하는 분들의 어깨가 지금보다는 훨씬 무거워져야 한다.
특히 모범을 보여야 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오히려 그 법을 교묘히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요즈음에 ‘법’을 법대로 이행하지 않는 분들에게 나도 이렇게 외치고 싶다. “정말,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한지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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