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결혼이민자에게 ‘괜찮은’ 일자리란

결혼이민이 본격화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에도 많은 결혼이민자가 우리 이웃으로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2012년 행정안전부 발표에 의하면 전국에 22만687명의 결혼이민자가 있으며, 경기도에도 6만280명의 결혼이민자가 거주하고 있다. 한국에 정착한 기간이 오래될수록 이들의 욕구도 점차 다양화될 수밖에 없는데 한국어나 자녀양육 및 교육에 대한 욕구와 더불어 일자리를 얻고자 하는 욕구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종사하는 일자리는 간혹 보기에 번듯한 일자리도 있지만 대부분은 직업지위가 높지 않은 일자리다. 그들이 가진 인적자원으로는 우리 사회에서 소위 ‘괜찮은’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수입이나 겉보기가 좋은 일자리가 이들이 구하는 일자리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예컨대 한국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것, 즉 한국 시장경제에 참여하는 것으로도 일의 의미는 찾을 수 있다. 필자가 만난 한 시민단체의 활동가는 공방에서 만든 물건을 거리에서 파는 결혼이민자들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분들은 거리에서 고작 해야 하루 1만, 2만원 버는 날도 있다. 그러나 그날 벌어서 그날 써버리더라도, 한국의 시장에 참여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그 일에 만족하고 있다고 한다. 수입이 보장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한국에서 직업을 가지고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어쩌면 많은 수입이 보장되지 않더라도, 또 직업지위가 높지 않더라도 만족할 수 있는 일자리가 ‘괜찮은’ 일자리가 아닐까 한다. 사실 외국출신에 기혼여성으로 상대적으로 인적자본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집단이다. 이들의 약점을 극복하고 강점을 최대화할 수 있는 일이 많은 것은 아니다. 필자는 이들이 언어가 되었든 문화가 되었든 이들이 가진 다문화 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것을 생각해보았다. 노동시장에서 이들의 약점일 수 있는 것을 강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현재 가장 전형적인 경우가 필리핀 영어지도사로, 공식적인 통계는 부재하지만 유치원 및 학원가에서 필리핀 여성들은 분명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중국인 한자지도사, 의료관광에 맞춘 병원코디네이터, 탁월한 손재주를 활용한 동남아시아인의 창업 등 결혼이민여성이 잘하고 또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은 수입이 적고 힘들더라도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재능을 잘 연마한다면, 그 자리는 언젠가 높은 직업지위가 보장되는 ‘괜찮은’ 일자리가 될 것이다.

김영혜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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