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에 나서면서 남을 고용하여 영업을 시작하면 소위 ‘유급의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주’로서 고용주가 된다. 대부분은 자기 혼자 제 밥벌이 정도를 하는 자영자가 된다. 전문적으로는 고용주와 자영자, 그리고 무급가족종사자를 합해 자영업자라고 한다.
실업에 빠진 사람이 가장 바라는 것은 자신의 위험부담 없이 남이 시키는 일을 하고 급여를 받는 취업이다. 하지만 취업은 경쟁력을 전제로 한다. 취업이 가능하다면 멀쩡한 자영업자도 영업을 접고 당장 자리를 옮길 정도다. 더구나 은행융자를 이용할 처지도 못되어 여기저기 지원제도를 찾아 기웃거리게 되는 사람들이 소위 서민층의 예비 자영업 창업자이다.
시차를 두기도 하지만 보통은 경기가 나빠지면 실업률이 상승한다. 실업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취업과 창업뿐이므로, 경기가 나빠져 실업이 늘어난 상태에서 취업이 어려워지면 창업이 늘어난다. 역설적이다.
경기가 좋을 때 창업에 나서야 그나마 성공 가능성이 높을텐데, 경기가 나쁜 데도 창업에 나서는 사람이 많아지니 망하는 창업자가 지천이 된다. 따라서 경기가 하락하면서 정책당국의 입장도 창업을 억제하는 쪽으로 변한다. 실업은 늘고 취업이 어려운 것은 알지만, 창업하면 망하니 꼼짝 말라는 것이다. 그래서 서민 창업교육을 없애라는 방침이 서게 된다. 모순이다.
바로 작년의 일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불경기에 고용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베이비부머까지 창업에 나서게 되자 언론들은 무분별한 자영업 창업을 성토하는데 목소리를 모았다. 평소 따뜻한 자본주의의 전도사 역할을 자임해 왔던 서민창업 관련 정부기관도 예외는 아니었다. 장기간 시간적 여유가 있는 예비창업자를 위한 창업사관학교나 창업대학 등을 제외하고는, 당장 밥벌이를 위해 창업에 나서야 할 서민창업자에 대한 단기교육제도를 사실상 폐지하였다. 이후 ‘행복한 국민’을 위해 출범하는 새 정부에 기대를 걸어 보았지만 각 부처 업무보고 어디에도 서민의 자영업 창업교육에 대한 관심은 찾을 수 없었다.
중앙의 지원이 없어지니 고통과 아쉬움은 지방에서 발생한다. 특히 인천은 다른 지역에 비해 실업률이 높은데다 경기의 진폭이 심하여, 불황기에 들어서면 서민층의 창업자 수가 오히려 크게 증가하는 현상을 보인다. 호황기에도 어려운 데,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 호구지책으로 창업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경기가 좋아질 때까지는 버텨보라고 해줄 수 있는 방법이 창업교육이다. 불황기에 투자를 늘려 호황기를 대비하는 것은 재벌기업만이 아니다. 서민층이라도 창업교육을 받은 이가 그렇지 않은 이에 비해 매출액, 순이익, 지속성 등의 면에서 유의미하게 월등한 성과를 보인다는 실증적 조사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이러한 이유로 금년 초 인천에서는 서민창업과 관련 있는 몇몇 기관이 모여 어떻게든 창업교육에 나서보자고 네트워크를 결성하였다. 우선은 맨손으로 모여 재능기부를 통해 강사진을 충원하고 십시일반으로 교육교재를 작성하여 창업교육을 시작하였다. 신자유주의적인 사고의 틀에서 경기 역행적 창업에 대한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인천에서도 점차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가능하다면 관련 당국의 관심과 지원이 인천에서 시작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하운 인천시 경제정책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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