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신랑, 신부에게 고함”

바야흐로 결혼의 계절이 돌아왔다. 신랑과 신부들이여! 행복하신가? 어느덧 TV 채널권을 빼앗긴 채 살고 있지만 돌이켜 보니 내게도 헤게모니를 쟁취하려 버둥거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주도권을 쥐고 의기양양해 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가정의 행복이란 부부가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 피어나는 꽃이요 향기요 보람이었다.

새내기 신랑과 신부들이여! 궁합은 보셨는가? 혹 금요일에 태어난 신부와 월요일에 태어난 신랑이 계신가? 그리고 4월에 결혼을 하시는가? 미얀마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나름의 비방이 없는 것은 아니나 미얀마의 풍속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말이다. 그리고 신랑들이여! 함 값은 섭섭하지 않게 받으셨는가? 말레이시아에서는 오히려 신부집에 뇌물(?)을 주어야 신부집 문이 열린다는 사실을 아시는가? 결혼의 문화도 이렇듯 국가와 민족 간의 엄연한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아시안의 결혼 풍속

남자의 권위가 살아있다는 방글라데시에서는 남자는 밖의 사람, 여자는 방바닥 사람으로 인식한다. 남자는 바깥주인, 여자는 안주인이라고 인식하였던 우리의 풍속과도 같다. 무슬림의 경우 네 명의 아내를 둘 수 있으며, 남자가 이혼을 세 번 거론하면 이혼이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남자의 의사에 의하여 이혼을 하게 되었어도 여자가 아이들의 양육을 책임져야 한다.

라오스에서는 남편이 경제적으로 무능하면 아내가 이혼할 수 있고 남편은 집에서 쫓겨난다. 경제권도 자식의 양육책임도 여자의 몫이지만 아들보다 딸을 선호한다. 캄보디아도 모계사회의 풍속을 유지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혼례는 신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신랑은 지참금을 내고 신부집에서 처가살이를 하게 되는데 또한 처가집의 일을 돕게 된다.

필리핀은 아들보다 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필리핀의 장녀는 우리의 장남과 역할이 같다. 자식이 결혼을 하여도 어머니의 영향력은 유지되어 손자의 세례의식도 시어머니의 몫이다.

미얀마의 경우 남편이 경제력이 없거나, 앓거나하여 무능하여지면 이혼이다. 그리고 남편에게 문제가 없는데 아내가 남편에 대한 애정이 없거나, 남편의 말을 거역하면 남편도 이혼을 결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아들을 선호한다.

베트남의 신화는 바다의 신 락 롱꿘과 산신의 딸 어우 꺼의 결합으로 100명의 아들이 탄생하였고 가정에 충실하지 못한 락 롱꿘으로 인하여 이혼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혼과 함께 부부는 각각 50명의 아들을 데리고 산과 바다로 이주하여 오늘날 베트남을 형성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베트남은 신화를 통하여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다는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렇듯 아시아 사람들의 풍속은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다. 남성과 여성의 역할도 차이가 존재한다. 그렇게 보면 여자라서 행복한 것도 남자라서 불행한 것도 아니다. 어떠한 문화적 환경에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역할이 달라지는 것일 뿐이다.

양성(兩性)이 동등해야

스코틀랜드의 작가인 새무얼 스마일즈(Samuel Smiles)는 ‘인격론’에서 “남성이 인간의 뇌라면 여성은 인간의 심장이다”라 말한 바 있다. 이 말에 따르면 남성은 이성적이고 여성은 감성적이라는 말이다. 뇌와 심장이 건강해야 인체가 건강하듯 부부가 건강하여야 가정이 건강한 것이다.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이 가장 멀다”고 한다. 이 말은 남자가 여자를, 여자가 남자를 이해하는 데에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모쪼록 좋은 봄날 새롭게 부부로 출발하는 이들의 가정마다 아름답고 향기롭고 보람되기를 기원한다.

김 용 국 문학박사 (사)동아시아전통 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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