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아침이 행복해지는 음주문화

술은 처음 마시기 시작할 때에는 양처럼 온순하고, 조금 더 마시면 사자처럼 사나워지며, 조금 더 마시면 원숭이처럼 춤추고 노래를 부르고, 더 많이 마시면 토하고 뒹굴고 하면서 돼지처럼 추해진다. 이것이 악마가 인간에게 준 선물이었다.

최근에 ‘주폭(酒暴·주취폭력)’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음주 문제의 심각성을 다룬 기사가 넘쳐났던 적이 있다. 실례로 음주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손실비용은 연간 24조원에 이르며, 폭력사건의 10건 중 3~4건이 주취와 관련된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성인 남성 중 70% 이상이 음주를 즐기고, 이 중 폭음하는 비율은 60%로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2011년 한국인들이 소비한 소주는 무려 33억병으로 성인 한 명이 84병을 마셨다고 한다.

음주는 비단 어제오늘에만 문제가 아니었던 것 같다. 조선 중종 11년 별시문과 책문의 주제는 ‘술의 폐해를 논하라’였다고 한다. 술을 마시느라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나 술에 중독되어 품위를 망치는 사람도 늘자 대책을 물은 것이다.

이 시험에서 급제한 김구는 술은 폐해도 크지만 쓰임새도 많다며 법이 아니라 마음으로 구제해야 한다고 대책을 제시했다. 술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닌 만큼 지배층이 간절한 마음으로 풍속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한 것이다.

 

‘술김에’라는 말로, 술을 마시고 한 잘못에 대해 그저 생길 수 있는 실수라는 명목으로 무제한 용서해주는 행태부터 바꾸어야 한다.

이 나쁜 음주의 관대함은 기본적으로 술자리가 가장 많은 직장에서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음주는 또한 생산성 감소는 물론 업무효율성을 75% 수준으로 저하시키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직장에서 업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음주 문화를 바꾸어야 할 것이다.

구성원간 팀워크 및 단합을 위해서는 회식과 적정 수순의 음주는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술을 절제하지 못하는 사람은 오히려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인식하는 기업 문화가 필요하며 직장에서도 그러한 음주 문화에 대한 캠페인이나 의지를 보여야 한다.

또한 세부적으로는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술잔 돌리기, ‘정(情)’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음주 강요, 마지막까지 모두가 함께해야 하는 한국사회 특유의 음주문화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줄여서 ‘법화경’이라고 함)에도 “사람이 술을 마시고, 술이 술 마시고, 술이 사람을 마신다”라고 했다. 술이 사람을 마시는 이러한 음주 문화는 이제는 직장에서 사라져야 할 모습으로 그려진다.

 

임 재 욱 경기도농업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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