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이 되면 떠오르는 기형도 시 구절이다. 3월7일이 기형도시인의 기일이다 보니 유독 그의 시 ‘나리나리 개나리’는 따뜻한 봄과 함께 기억되곤 한다. 죽은 그는 산사람들을 불러내어 자신의 시를 읽게 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봄은 살아나는 것들에게 상상의 향연을 베푼다.
프랑스 문학비평가이며 철학자인 가스통 바슐라르는 인간의 이미자와 상상을 주관적인 욕망의 발현이라고 보았고, 이는 인간의 객관적 인식을 저해하는 요인이므로 인간 정신활동에 오류를 범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이미지를 체계적으로 분류하겠다고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으나 오히려 인간만이 갖는 상상력에 대해 긍정적인 가치를 찾게 된다.
특히 바슐라르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시각적 이미지에서 오는 형태적 상상력보다 물질에서 오는 상상력이었다. 물질성 즉 질료에 의해서 갖게 되는 이미지와 상상력은 물질성을 기반으로 발전해가는 상상으로 인간들이 갖고 있는 물질에 대한 원초적 보편성으로 안내한다. 바슐라르가 말하는 물질적 상상력은 정신적 활동이라고 본 것이다.
봄은 생명에 상상력 불어넣어
상상하라, 창조하라 근 10년 동안의 외침이었다. 모든 것에서 창조력의 힘과 상상하는 힘이 강조되고 강요되어 왔으나 왜 상상해야 하며 또 어떻게 상상하는 것이며, 창의력이 필요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고, 지금도 그러하다.
바슐라르가 말하는 정신활동으로서의 상상은 아주 천천히 만들어지는 것이며 유아ㆍ청소년기의 문화적 접촉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물론 시대가 갖는, 또는 지역이 갖는 보편적 사회성이 문화에 포함된다고 할 때, 교육되어지는 사회적 관습이나 전통에 의해 ‘성찰 자체를 지배하는 비성찰적인 태도’가 형성될 것이지만, 이러한 습득되는 사회적 보편성과 상상과의 연결고리를 알아채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이미지, 상상, 창의 이러한 것들은 오로지 많이 교육받은 자들이 갖는 정신적 활동에 근거한 지극히 이성적 활동이라고만 생각해왔다. 솔직히 말하건대 상상력이라는 것이 어디서 어떻게 발생되어 발현되는 것인지 설명할 수 없었다. 박식한 자들이 해석한 내용을 더 많이 교육받아 평범 그 이상을 보여주는 것을 창의력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과학이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기재로 작동하던 시대에 물질적 상상력에 대한 바슐라르의 주장은 많은 영감을 가져다주었다.
나만의 삶의 방식 고민해 볼 때
우린 감성지체 장애사회에 살고 있다. 크게 기뻐할 일도 크게 슬퍼할 일도 없을 것 같은 얼굴로 살아간다. ‘좋아’와 ‘싫어’로 응답되는 반응은 모든 감정을 빨아들인다.
개나리 나뭇가지에 바늘처럼 맺힌 꽃눈은 곧 ‘접혔던 꽃술을 펼 것이다’. 봄은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 땅 위로 올라온 냉이 내음을 맡아보자. 아직 식지 않은 겨울의 찬기운도 손끝에서 느껴보자. 물질이 곧 정신활동임을 알아차릴 때 바슐라르의 물질적 상상력 그 너머를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훌륭한 철학자의 주석으로 남지 말고, 나만의 삶의 방식을 고민해 보자. 봄이 가기 전에.
민 병 은 한국문화의집협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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