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공사 분리발주 법제화땐 불공정 피해 최소화"
지난해 10월 30일 지역 회장으로선 처음으로 4만여 전문건설기업을 대표하는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장에 당선된 표재석(61ㆍ황룡건설 대표) 회장이 ‘건설경기가 살아야 위기에 처한 국민경제도 살아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지난 16일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대한전문건설협회 회관서 만난 표 회장은 “공공발주 공사 입찰에 전문건설업체들이 직접 참여하는 길만 열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문건설인들이 한시름 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회원사 걱정부터 했다.
이어 “대통령 인수위에서 국가계약법을 개정해 중소 전문건설업체가 직접 공사를 계약할 수 있도록 공공공사 분리발주를 법제화하기로 했다. 분리발주만 현실화되면 전문건설사들의 하도급 계약으로 인한 부당한 단가 인하, 대금 지급 지연 등 불공정에 따른 피해가 최소화될 것”이라며 분리발주 법제화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Q. 중앙회장에 당선된지 4개월이 지났다. 건설경기 침체로 회원사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때라 어려운 점도 많았을 거다.
A. 어렵다기 보다는 많이 바빴다는 표현이 맞다. 그간 회원사들의 고충과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뛰어 다녔다. 우선 취임하자마자 우리 업계의 절박한 현실을 대ㆍ내외에 알리고자 여야 당대표와 대선후보 관계자를 모시고 생존권 사수를 위한 ‘전문건설인 한마음 전진대회’를 개최, 우리업계를 위한 정책적 배려 및 제도개선을 강력히 요구했다.
또 지난 12월에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를 직접 만나 ‘전진대회’ 건의사항 수령 여부를 확인하고 전문건설업계를 살리는 길이 바로 당선 공약인 일자리 창출과 서민경제를 일으키는 지름길임을 설명드렸다. 지난 1월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방문해 건설경제 민주화와 생활밀착형 SOC투자 활성화를 통한 성장정책 마련 등을 위한 정책건의를 했다. 이제 산적해 있는 업무도 정리됐고, 협회도 어느정도 안정화 됐다고 판단돼 회장 출마시 제시했던 공약사항을 실천하기 위한 사업들을 챙기고 있다.
Q.지역 회장과 달리 하는 일도 다를 거란 생각이 든다.
A.경기도회 회장으로 있을 때는 사실 전문건설업계 전체의 권익보호 보다는 지방자치단체 조례 제정ㆍ개정 및 현안사항 해소를 위한 단기적 방안 마련 등 경기도 소재 업체를 위한 사업에 치중했다. 그런데 중앙회장은 16개 시ㆍ도회 및 18개 업종별협의회를 지도ㆍ감독하고, 전문건설업 전체의 권익향상을 위해 봉사하는 직위다.
그렇다 보니 중앙회 회장은 특정지역, 특정업종의 유ㆍ불리를 떠나 장기적인 안목에서 건설산업 제도 전반에 대한 사업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컸던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회원사와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경험했다.
Q.건설경기 침체로 특히 전문건설의 어려움이 가장 크다 들었다. 도대체 얼마나 어렵나.
A.최근 몇 년간 지속된 건설ㆍ부동산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전문건설업계는 고사 직전에 처해 있다. 특히, 최근 급증하고 있는 종합건설사들의 연이은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으로 전문건설사들은 연쇄 도산을 피하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원도급자의 불법ㆍ불공정행위로 전문건설업체들은 직접공사비에도 못미치는 초저가로 공사를 하도급받아 시공하고 있으며, 각종 부당특약으로 정상적으로 기업을 운용하지 못하는 단계까지 내 몰리고 있다.
정부에서 현금성 결재 수단으로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B2B) 제도를 도입한 것이 오히려 독이 돼 만기에 원도급자가 결제를 하지 않을 경우 하도급자가 상환부담을 떠안게 돼 공사를 하고도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부도처리 되는 등 전문업체의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폐해마저 발생되고 있다.
A.맞는 말이다. 공사물량은 감소하고 있는데 건설업체수는 감소하지 않고 있어 반사적으로 건설업체의 수주경쟁이 심화 되고 있는 실정이다. 건설업체가 감소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낮은 건설업 진입장벽과 운찰제로 운영되는 입찰제도 때문이다. 건설업은 국가산업시설 및 국민의 주거공간 시공을 담당하는 기초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그간 지속적으로 건설업 진입장벽을 완화하고 있다.
또한 시공경험 및 기술능력으로 낙찰자를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운찰제로 운용함에 따라 한번 건설업에 진입한 경우 퇴출이 되지 않는 입찰제도에 주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건설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자본금과 기술력을 갖춘 자만 진입할 수 있는 장벽이 필요하고, 현행 운찰제로 운영되고 있는 입찰제도의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Q.건설 경기 부양을 위한 돌파구가 없지는 않을 거다.
A.지난 대선 공약을 살펴보면, 여야 모두 표퓰리즘에 입각한 무상복지ㆍ공짜 복지 등이 난무했다. 그런데 건설분야의 공약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GDP대비 건설업 비중은 약 11%로 어떤 산업보다 크고, 건설업에 직접 종사하는 자는 150만명이며 자재와 장비 등 연관업종까지 포함하면 숫자를 짐작하기도 어려울 만큼 많다.
국가경제의 한 축인 건설업을 도외시 하고 있다는 씁쓸한 생각마저든다. 건설산업은 연관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뿐 아니라 고용유발계수도 10억원당 12.1명으로 제조업 6.7명, 서비스업 11.2명에 보다 많아 새 정부가 강조하는 일자리 창출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Q. 중앙회 차원의 노력에 대한 소득은 있나.
A. 2월14일 발표된 제4차 건설산업진흥계획을 보면 우리협회 의견이 적극 반영됐다. 국토부가 교통인프라 확충 및 지방도로 포장생활형 SOC확충 사업을 적극 추진한다는 거다. 특히 기재부에서는 대규모 공사를 분리해 전문건설업체가 도입 받을 수 있도록 분리발주 원칙을 의무화 하기로 하는 등 조금씩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건설경기는 정부의 정책추진 의지에 달린 만큼 우리전문업계는 5월께 서승환 국토부장관이 발표할 건설경기 및 부동산 활성화 대책 방안에 내심 기대를 걸고 있다.
Q.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주요내용은 무엇인가.
A. 지난 1월 22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방문해 건설경제 민주화를 위한 13개 정책 건의과제를 담은 건의서를 전달했다. 건의과제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조속 도입 ▲건설공사 표준품셈 제ㆍ개정 합리화 ▲건설공사 실적공사비 제도 폐지 ▲원도급업체 법정관리시 하도급대금 우선변제 제도 마련 ▲B2B 전자어음(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제도 개선 ▲공정하고 투명한 하도급 입찰시스템 마련 ▲주계약자 공동도급 활성화 ▲고용 제도 다양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등이다. 다행히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불합리한 제도, 관행 등 ‘손톱 밑 가시 뽑기’를 최우선 국정과제 선택하고 있어 우리업계 요구사항을 정부에서 차질 없이 추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재임기간 중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A. 중앙회 회장으로 취임할 당시 회원사들에게 약속한 공약사항이 몇 가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과제는 회원사들이 마음 놓고 영업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건설업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우리업계 존립을 위협하고 있는 실적공사비 제도 폐지ㆍ개선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표준품셈의 합리적 개정 및 기업경영을 악화시키는 연말자본금 보유기간 폐지 등이다. 협회 내부적으로는 미래지향적이고 민주적인 협회를 만들기 위한 초석으로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정관 및 제규정을 현실에 맞게 정비할 계획이다.
Q.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면.
지금 건설경기침체로 인한 수주감소, 종합건설사의 경영위기로 인한 피해 등으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나무가 봄꽃을 화사하게 피운다고 했다. 우리 전문건설업계도 지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잘 극복해 건설산업의 도약과 미래를 준비했으면 한다.
최원재기자 chwj74@kyeonggi.com
사진=추상철기자 sccho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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