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방치 3년째… 빚만 남은 자영업자들

[슈퍼갑LH 서민은 고달프다] (7)무너져내린 ‘판교드림’ 성남 백현마을 공가사태

“아들이 제대하면 같이 해외여행 가기로 했었는데… 빚만 늘어서 꼼짝도 못하네요”

부동산 경기침체를 이유로 LH가 느닷없이 사업포기를 선언하면서 3년째 빈집으로 방치되고 있는 성남 판교 백현마을 3ㆍ4단지 인근 상가에서 2년 넘게 족발집을 운영하고 있는 강모씨(50ㆍ여)는 불꺼진 아파트를 바라볼 때마다 한숨만 나온다.

강씨는 10년 넘게 방문교사 활동을 하며 발품을 팔아 밑천을 마련하고, 까다로운 서류들을 작성해 미소금융에서 3천만원을 지원받아 지난 2010년부터 족발집을 차릴 준비를 했다.

3천700가구 곧 입주한다더니 불 꺼진 아파트 유령마을 방불

월세 밀려 대출로 메꾸기 일쑤 가게 내놨지만 나가지도 않아

그는 3천700가구에 달하는 재개발 지역 주민들이 순환이주단지에 곧 입주한다는 정보를 바탕으로 서민음식으로 손꼽히는 족발을 메뉴로 결정했다. 5개월 동안 혹독한 ‘족발삶기’ 훈련도 받았다.

그렇게 하나하나 준비하며 자영업자로 성공할 꿈을 키운 강씨는 2010년 12월 드디어 ‘사장님’이 됐다. 당시 군 입대를 앞두고 있던 아들에게 2년 후에 같이 해외여행을 갈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다. 정작 문을 열고 보니 다 지어진 아파트는 불켜진 집이 없어 오후 5~6시만 되면 캄캄했고, 사람이 다니지 않는 상가거리는 썰렁하기만했다.

월세가 밀려 대출을 받아 메꾸기 일쑤였고, 배달과 주방 직원의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1인 업주가 됐다. 그래도 곧 입주한다는 말을 믿고 버텼다.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지난해 말 아들은 제대를 했지만 약속했던 해외여행 대신 강씨의 족발집에서 엄마를 돕고 있다. 뿐만 아니다. 휴일도 없이 열심히 일했지만 빚은 2천만원이나 늘었다.

스트레스로 위암 수술까지 받은 그는 결국 지난해 2월 가게를 내놨지만 가게를 보러 온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나갈 생각도 해봤지만 건물주는 가게를 원상복구하고 나갈 것을 요구했고 이에 따른 철거비용도 1천만원 이상 들어가 쉽지않은 상황이다.

강씨는 “곧 된다던 입주는 대체 언제냐”며 “수년째 입주만 바라보고 있는 것도 지쳤고, 앞으로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피해보상이라도 받아 이곳을 떠나고 싶다”고 토로했다.

뿐만 아니다. 치킨집을 열고 청년 사업가의 꿈을 꾸던 김모씨(33)는 수년째 운영이 어렵자 결혼을 약속했던 약혼자와 헤어졌고, 외국인 셰프를 모셔와 레스토랑을 차린 김모씨(40) 역시 수년째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3년째 방치되고 있는 백현마을 3ㆍ4단지 공가로 인해 이 상가단지에서 미래를 그리려던 많은 상인들의 꿈이 산산히 부서져 버렸다.

이지현기자 jh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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