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집 건너 빈집 ‘인적끊긴 상가’… 상인들 하루하루 ‘피눈물’

[슈퍼갑LH 서민은 고달프다] ⑦ 무너져내린 ‘판교드림’ 성남 백현마을 공가사태

판교, 분당에 이어 성남의 노른자위로 떠오르면서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선망의 주거지인 판교 중심에 백현마을이 있다.

판교IC와 불과 3분 거리에 위치해 있을 뿐만 아니라 잘 닦인 도로와 쾌적한 주거환경 등 손색없는 이곳은 분당내곡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3ㆍ4단지와 5ㆍ6단지의 분위기가 판이하다.

5ㆍ6단지는 활발한 생활이 펼쳐지고 있는 반면 3ㆍ4단지는 입구에 바리케이드가 쳐 있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현재 동판교 백현마을 9개 단지 총 가구수 7천500세대 중 절반에 달하는 3천700여세대가 빈집이기 때문이다.

3년째 비어있는 단지 내에 이미 잘 지어져 있는 화랑초등학교도 굳게 문이 닫힌 채 어린이들의 맑은 웃음 대신 쓸쓸한 바람소리만 들렸다.

인근 상가단지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건물마다 임대광고가 붙어있는가 하면 2년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6개월 혹은 1년여 만에 떠나는 자영업자들이 부지기수여서 빈 가게가 즐비했다.

잘나가는 SSM 홈플러스익스프레스도 두손들고 철수

229개 상가 중 118곳만 영업…3년간 망한 가게 부지기수

입주만 바라보던 벼랑끝 자영업자들 결국 대책위 결성

LH에 판단착오ㆍ전횡 책임물어 피해보상 요구 배수진

‘잘나간다’는 SSM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와 정관장, 뚜레주르 등 프랜차이즈들도 버티지 못하고 나갔다. ‘먹자골목’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자동차 관련 업종이나 건설사무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3년간 입주만 바라보던 자영업자들이 지난달 초 대책위를 결성하고 같은달 19일 LH측에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까지 했다.

김성진 피해보상요구백현상가대책위 공동대표는 “현재 229개 상가 중 118개 점포만 영업을 하고 있다”며 “지난 3년 동안 망하고 나가거나 개점휴업 상태로 남아 있는 상가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이어 “버티고 있는 상가 중에도 40% 정도가 부동산에 매물을 내놨지만 유령상권이라고 소문이 나서 이마저도 쉽지 않아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며 “세입주와 상가주간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곳도 많아 민심도 흉흉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또 “LH는 하루에 4천만원, 한달에 12억원, 지금까지 500억원에 달하는 생돈을 날리고 우리 상가들을 죽은 상가로 만들었다”며 “LH의 판단착오와 전횡으로 벌어진 우리 생계피해는 전적으로 LH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피해를 양산한 백현마을 공가 방치 사태의 시작은 지난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LH는 성남시에 순환정비방식의 재개발사업을 제안했고, 판교에 이주단지를 조성한다는 협약내용에 따라 재개발사업 시행인가가 난 2009년 12월 판교이주단지를 자체 준공했다.

이듬해 5월에는 2단계 재개발 주민 3천600여세대로부터 입주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LH가 예정된 날짜 하루 전에 동ㆍ호수 추첨을 돌연 취소하고 7월 사업포기를 선언, 3년째 재개발사업이 추진되지 않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재개발 사업이 난항을 겪는다는 이유로 LH는 당초 입주권한이 있는 2단계 재개발 지역 주민들에 대체 이주단지를 마련하고 대신 백현마을 3ㆍ4단지를 일반공급할 수 있도록 사업시행인가를 변경해 줄 것을 지난해 9월 성남시에 신청했다.

하지만 성남시는 이미 입주신청을 마친 백현마을은 2단계 재개발 지역 주민들에게 권리가 있는 만큼 권리자들의 의견을 첨부하라는 내용으로 지난 1월 초 회신을 한 상태다. 이렇게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대상 재개발 사업지인 신흥2구역 주거세입자협의회(대표 윤선재)와 중동1구역 주거세입자협의회(공동대표 한유진ㆍ김남진ㆍ김덕윤)는 14일 “백현3ㆍ4단지 입주신청자추첨 결과발표를 즉각하고 바로 입주 완료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LH는 백현마을 공가문제를 빠른 시일내에 처리하기 위해 성남시 및 주민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여러가지 문제들을 동시에 검토해야 하는 문제인 만큼 민원인들의 목소리를 듣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jh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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