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고령친화산업과 ‘노인’ 바로알기

우리나라는 세계 유례가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인구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노인인구 비율이 지난 2000년 전체인구의 7%에 달해 이른바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였다. 이후 노인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12년 전체인구의 12%에 가까운 수준이 되었으며, 2018년 ‘고령사회’인 14%, 그리고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인 20%로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노인은 모든 소비와 산업의 주요고객으로 부각될 것이다. 즉 노인을 대상으로 각종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령친화산업의 성장이 예상된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조사에 의하면, 고령친화산업의 시장규모가 2010년 33조2천241억원에서 이후 10년간 연평균 14.2%씩 성장하여, 2020년에는 125조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올해 출범한 박근혜정부도 국정목표의 첫 번째를 ‘일자리중심의 창조경제’로 하고, 이러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성장동력의 하나로 고령친화산업을 꼽고 있다.

그렇다면 고령친화산업의 육성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노인’을 바로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리라 본다. 노인에게 필요한 것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고 이들의 욕구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요구된다.

필자는 몇 년 전 유니버설디자인 연구의 일환으로 노인들을 대상으로 생활용품의 선호도를 조사한 적이 있다. 샴푸, 치약, 칫솔 등을 종류별로 상자에 넣어 가지고 다니면서 뇌졸중 및 근골격계 질환을 지닌 노인들을 대상으로 어느 제품이 편리하고 좋은지 눈으로 보여주며 선호를 조사하였다.

많은 부분은 노인이 아니라도 장애인이나 환자 등이 공감할 수 있는 결과였다. 주거공간 내에 문턱이 없었으면 좋겠다든지, 화장실 바닥이 미끄럽지 않고 변기와 욕조에 지지대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필자의 고정관념을 깬 경우도 있었다. 화장품과 헤어샴푸의 경우 많은 노인이 진한 향을 선호하였는데, 그 이유는 이른바 ‘노인냄새’를 덜 나게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또 이가 약해 부드러운 모의 칫솔을 선호할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강한 모를 좋아하는 노인들이 있었다. 틀니를 할 경우 강한 모가 쓰기 좋다는 것이다.

실제 노인들을 만나보니 지레짐작하던 것과는 상이한 부분이 많았다. 그 사람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 입장이 되어보라는 말이 이해가 갔다. 고령친화산업을 연구하고 제품으로 생산하는 많은 연구자와 기업들은 노인들이 가지는 특수한 기호를 아는 것, 즉 노인을 잘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김 영 혜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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