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실리와 세력 모두 필요한 제조업의 경쟁력

미국에서 발간되는 인더스트리 위크(Industry Week)라는 잡지가 있다. 제목에서 짐작되듯 제조업 최신 동향과 트렌드, 사례와 이론이 경쾌히 소개되기에, 친분이 있는 제조업 사장님이나 임원들에게 그 내용을 소개하곤 했다.

그 중 ‘최고의 공장 상(Best Plant Winners)’은 즐겨 소개하는 기사이다. 1990년부터 23년간 북미 지역에서 가장 우수한 공장을 공개적으로 선정하여 그 성공 이유와 성과를 제시하고 있어서, 더 없이 좋은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연초마다 올해의 상에 응모하라는 안내를 보내고, 마감이 되면 잡지사 내부의 전문가들이 품질, 고객 및 공급자 관계, 생산성, 시장 성과 등 모두 9가지 범주에 대한 실적을 점검하여 우열을 가려 예비 수상 공장을 선발해 낸다.

그 다음엔 외부의 저명한 전문가 3인에게 질적 평가를 의뢰하여 최종 선발 대상을 고른다. 수상자는 실적과 성과를 검증하고 나서야 그 이듬해 초에 발표한다. 2012년의 최고의 공장상 수상 6개 기업도 2013년 1월말에 발표되었다.

 

선발된 공장의 면면은 다양하다. 전직원 190명의 공기펌프를 만드는 웨런 럽(Warren Rupp)과 같은 전통 산업의 작은 기업에서부터, 미사일과 무기 시스템을 만드는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 미사일 관제사와 같은 첨단 항공우주 산업의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는 공장에게 상을 주어 격려한다.

물론 우리 나라에도 이보다 더 나은 공장들이 많이 있을 것 같은데 공장을 격려하는 미디어가 별로 없는 것 같아 아쉽다. 이 상이 제정된 1990년은 미국에서도 제조업의 경쟁력에 위기감을 느껴 정부 차원에서 제조업 경쟁력 강화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시점이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경쟁력은 어떠할까? 1990년의 미국보다 꼭 더 나은 것 같지는 않다.

생산 현장의 소음과 튀는 불꽃에서 살아 움직이는 경제를 느끼곤 한다. 겨우내 우리는 새정부의 정부 개편 방향을 지켜보며 이런저런 기대를 해 왔다.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에 대한 전문가들의 조언은 인수위에 잘 전달되었을 것이고, 해당 부처 신임 장관 후보자들도 나름의 계획을 잘 준비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바둑 용어를 빌리자면, 새로운 미래창조라는 세력 만들기도 의미 크지만,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실리 챙기기도 만만치 않게 중요한 상황이다. 새 정부의 균형감 있는 정책으로 세력도 넓히고 실리도 차지하는 우리 경제가 되길 기대한다.

 

김 연 성 인하대 경영대학 교수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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