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비(非) 변호사’ 출신 ‘보통변호사’… "경기고법 유치 꼭 필요"
대한변호사회 60년 역사상 처음으로 치러진 직선제에서 ‘보통 변호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서울변회가 아닌 지방변회 출신으론 처음 당선된 위철환 변호사(55·사법연수원 18기)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당선 이후 아이들이 읽는 위인전을 우연히 접했는데, 쉽게 쓴 책에 모든 것이 다 들어 있고 어찌나 단어 하나하나가 가슴에 와 닿던지…”라며 “그간 치열하게 살아왔던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면서 대의명분을 따라 생각하고 행동해야겠다고 다시한번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위 회장은 25일 대한변호사회 회장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다.
위 회장은 흔히 말하는 전관, 서울회, 서울대 출신이 아닌 ‘3비(非) 변호사’여서 당선 이후 더욱 큰 국민적 관심을 얻었다.
대한변협 역사상 가장 많은 의미를 가지고 당선된 위 회장에 대한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Q. 법조계에 입문하기까지 남다른 경험이 많았다던데.
A. 원래 전남 장흥 부잣집에서 태어났지만, ‘부자 3대 못간다’는 속담처럼 가세가 기울어 어린시절부터 넉넉한 생활을 하지는 못했다.
1974년 광주의 한 고교 입시에서 떨어진 뒤 무작정 서울로 상경해 신문배달, 구두닦이 등 닥치는대로 일을 했고, 2년이 지나 중동고 야간에 들어가며 다시 공부와 인연을 맺었다.
낮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주경야독’의 생활을 이어갔고, 서울교대에 합격한 뒤 교편을 잡게 됐다.
하지만 교사 생활로는 무엇인가 채워지지 않는 부족함이 있어 다시 성균관대 법대 야간으로 편입했다.
또다시 낮에는 교편생활을, 밤에는 법대 공부를 하는 생활을 이어가다, 1986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연수원에 입소하면서 6년간의 교편생활을 접었다며 ‘구두닦이’, 두 번의 ‘야간학교’ , ‘교사’ 등의 이력은 어떤 위기가 와도 뚝심있게 버틸 수 있는 힘이 되고 있다.
Q. 경기변협회장을 맡으면서 경기고법 설치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는데.
A. 경기고등법원 유치는 반드시 이뤄져야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경기도는 지리적으로 서울에 인접해 있다는 이유로 역차별을 받고 있다.
경기도에 비해 현저히 적은 인구를 가진 지역에도 이미 고법이 설치돼 있는 만큼 경기도의 인구와 소송사건 수, 교통 혼잡 등의 현실적인 문제까지 고려하면 고법유치는 필요하다.
여러가지 현실적인 상황도 처음 고법 설치를 주장했을 때와는 많이 달라져,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미 대한변협 부회장직을 역임하면서 비서울 13개 지역의 지지 서명을 얻었다.
법무부와 국회 등에서도 경기고법 유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특히 입법이 중요한데,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여야 간사 간 합의를 얻어낼 수 있는 분위기가 무르익은 만큼 소위와 본회의 통과가 어렵지 않아고 본다.
또한 법안을 발의했던 민주통합당 김진표 의원도 예산 마련에 대해 공감하고, 남경필 의원 등 지역 의원들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 그간 걸어왔던 행보를 이어나갈 것이다.
법원행정처와도 이미 수차례에 걸쳐 협의를 마친 상태다.
A. 1987년 우리나라 대통령 직선제가 이뤄진 것과 같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제껏 유지됐던 간선제는 회원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서울회 변호사들만 맡아왔던 비민주적인 방식이었다.
이는 실질적으로 서울 외에 지방변회 소속 회원들에게는 선거권이 제한되는 방식이었다.
변협 부회장 임기 4년 동안 그는 줄기차게 직선제를 주장했고, 결국 직선제로 회칙을 개정하게 만들었다.
직선제로 바꾸는 과정에서 내가 최초의 직선제 회장이 되겠다는 생각은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러나 많은 변호사들이 지지해줘 후보자로 나서게 됐다.
최선을 다하리라 마음 먹었지만 전 현직 서울지방변호사회장, 로펌대표 등 면면이 화려한 타 후보들의 출판기념회, 선거 운동 과정은 대단했다.
주변에선 어려운 승부가 될 것 으로 예단해 향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위로 아닌 위로의 말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선거운동 기간 동안에는 선거규칙을 한번도 어기지도 네거티브 운동도 하지 않고, 법과 원칙을 끝까지 지켜나갔다.
통상적인 관례라고 볼 수 있는 출판기념회도 하지 않았지만 선거에서 2위로 결선 후보가 됐고, 결선 투표에서 회원들의 지지로 당선이 됐다.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다.
Q. 임기 동안 역점을 두는 부분은
A. 선거동안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보통변호사’였다
청년변호사, 로펌의 나이 어린 변호사, 수임이 적어 가난한 변호사에게 희망을 주자는 것이였다.
당선 소감에서도 “인종차별이 심한 남아공에서 혹인 만델라가 대통령에 당선됐고, 세계 최강국 미국에서도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가 재선되었다”며 “우리 변호사회에도 그동안 소외 받아온 비주류 변호사들의 희망을 위해 변화의 리더십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직 경험도 없이 화려한 경력을 가지지 못한 평범한 변호사, 지방에서 일해 온 변방변호사, 소박함을 간직한 보통변호사로서, 보통변호사가 이끌어 가는 대한변호사협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무엇보다 회원이 중심이 되는 변협, 회원들의 아픔을 보듬어주는 변협을 만들겠다
이를 위해 우선 신규 변호사가 늘어나고 있는만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입법부에 입법보좌관, 사법부에 로클럭(재판연구원), 기업의 경우 준법지원인 등을 늘리고 관공서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는 법률담당관제를 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변협의 폐쇄적인 문화도 변화시키도록 하겠다.
그동안 회원들의 무관심, 불신이 컸다는 문제의식이 있는만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성화를 통해 회원들의 참여 공간도 넓히는 등 소통에 역점을 두겠다.
많은 변화를 추구하겠지만,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한 변협이 되도록 할 것이다.
Q. 구체적으로 주요 공약에 대한 소개와 이를 지키기 위한 방안은.
A. 민사사건 중 합의부사건과 파산관재인 선임 등에 변호사 강제주의를 도입하도록 하겠다.
변호사 강제주의 도입은 현행 형사 국선변호사 제도처럼, 법을 몰라서 소송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국민이 없게 하자는 취지로, 적어도 민사합의부 관할 사건부터는 변호사강제주의를 도입하도록 할 예정이다.
여성과 청년 변호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성공보수 확보를 위한 대책도 마련하겠다.
이를 위해 여성 일·가정 양립위원회를 개설하고, 열악한 고용변호사들의 근로기준을 확립해 고용변호사 처우 개선에도 신경을 쓰겠다.
우선 신규 변호사 수를 감축하고, 사법시험을 존치 혹은 예비시험제 도입 문제와 양삼승 변호사와 정책연대를 하면서 수용한 검찰의 정치적 중립화와 대법관 50명 증원 공약을 위해서는 국회의원들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안인 만큼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이명관기자 mk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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