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에 깨친 글로 시화집까지…

한글을 모르던 황혼의 시민들이 평생학습 프로그램에 참여, 글을 깨치고 시화집까지 내놓아 화제다.

주인공은 박용화씨(85)를 비롯한 황혼기 11명의 어르신.

박 씨 등은 이천시가 운영 중인 평생학습 프로그램 중 문해학습 과정에 참여, 과정을 수료한 뒤 시화집을 펴냈다.

‘여든셋 눈 세상’이란 제하의 시집은 문해 교육을 통해 인생의 황혼 길에서 한글을 깨우친 것에 그치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여정을 고스란히 시와 그림에 담아 눈길을 끌었다.

앞서 박 씨 등은 지난 27일 가족과 가까운 지인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출판기념회를 갖고 그동안 글을 깨우치던 시절 겪었던 애환을 서로 나누며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즐거운 한때를 가졌다.

특히 단지 한글을 읽고 쓰는 것을 뛰어넘어 지금까지 자신들의 삶의 애환과 여정을 시와 그림으로 승화시킨 문해 학습자들의 새로운 도전을 내다보듯 마냥 즐겁고 행복해 하는 자리였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조병돈 시장을 비롯해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최운실 원장이 참석해 시화집 출판을 축하했다.

조 시장은 축사에서 “오늘 시화집을 발간하신 어르신들은 우리가 어려웠던 시기에 교육의 기회를 잃고 가족과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이기에 그 자랑스러움이 더한 것 같다”며 “이번 시화집 출판을 통해 시민들에게 문해교육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촉진되는 계기가 마련되고 더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또 최 원장은 교사였던 어머니의 등에 업혀 문해교육 현장을 다녔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문해 교육은 인권이며 세상을 비추는 희망의 빛이다”면서 축하했다.

박 씨 등의 시인 등단 프로젝트는 교육과학기술부 성인 문해교육 공모사업에 선정된 이천시가 지역 거점기관 활성화 사업으로 시작한 사업 중 하나. 시는 이 과정에서 문해 학습자들이 그동안 글을 몰라 표현하지 못했을 뿐 타고난 시인들이 많았음을 발견하고 후속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국 처음으로 문해 학습자들의 삶의 여정을 담은 시화집을 발간하게 됐다.

한편, 시화집 출판기념회는 박 씨 등 11명이 나서 소감과 시 낭송의 시간으로 감동의 시간으로 이어졌다.

이천=김동수기자 ds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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