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전력난' 전기 난방 급증탓 … 에너지 절약은 이제 필수"
이마저도 안심이 안됐는지 전국민을 대상으로 갑작스런 정전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훈련까지 개최됐다. 전호상 에너지관리공단 경기지역본부장(57)을 만나러 간 지난 10일 오전 일이다. 그날 역시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강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섰는데도 딱히 따뜻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철저한 직업정신을 떠올리며 언 손을 비비는 기자에게 전 본부장은 “최근 전력난으로 지난 2011년과 같은 블랙아웃(대정전)이 현실화 될 수도 있다”며 겁부터 줬다.
그리고는 “에너지 절약 실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서는 국민들의 의식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력소비가 가장 많은 경기지역 본부장 다운 손님맞이에 전 본부장의 전력난 극복을 위한 해법이 궁금해졌다.
Q. 지난해 12월에만 전력수급 ‘관심(예비전력 300만~400만KW )’ 단계가 무려 다섯번이나 발령됐다.
A. 원자력발전소의 가동 정지 등으로 전력 수급이 불안정한 가운데 한파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1~2월 동계 전력피크를 무사히 넘길 수 없는 상황이다. 그 어느 해보다 에너지 절약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Q. 전력부족 현상이 왜 이렇게까지 심각해졌나.
A. 몇 년 전만 해도 전력 피크라는게 여름에 냉방 때문에 있었던 걸로 겨울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런데 지금은 전력 수요 자체 증가가 크다. 70년대에는 20%, 80년대 15%, 90년대 9.5% , 2000년대 들어 6%정도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전력수요 증가라는 것이 우리 예측보다 높다는 얘기다.
전력요금이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서 저렴하다는 것도 이유다. 과거에는 학교나 기업, 음식점에서 겨울철 난방 연료로 석탄, 나무, 가스나 기름 등을 사용했는데 지금은 전기로 난방을 하고 있다. 겨울철에 전력 사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가격정책이 잘못되다 보니 에너지 믹스 밸런스가 무너진 거다.
Q. 전기료가 또 올랐다. 1년 5개월 동안 4차례 인상이다. 아무리 (전기료가)싸다고 하지만 서민들에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기업들은 원가상승의 요인이 된다고 불만이 크다.
A. 14일부터 평균 4% 정도 올랐다. 너무 자주 오른다고 하지만 국제 유가가 오르면 당연히 기름 값이 오르는 것처럼 전기도 국제 원자재 시장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국제적으로 전기를 만드는 원자재 가격에 관계없이 가정용, 산업용 등으로 구분해 요금을 매기고 있으면서도 원가에 연동이 안 되고 있다. 그래서 한전이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한전이 자금을 잘못 유용했다는 말도 있는데 그 근본은 원가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전기를 공급해서라고 할 수 있다.
Q. 전기 공급은 일정부분에서 복지라고 볼 수 있다. 올리는 것 만이 최선책은 아니지 않나.
A. 차상위 계층은 정부가 지원하는 게 맞다. 중소기업도 일정 부분 혜택을 줘야 한다. 그런데 대기업도 똑같다는 건 문제가 있다. 가정에는 누진제가 적용돼 많이 쓰면 불리한데, 기업은 KW당 얼마냐에 따라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에 산업용 전기에 대해서 제약을 많이 한 것이다.
그동안 가정에 부과되는 요금에 비해 기업에 상당히 저렴하게 공급을 해왔다. 기업의 경쟁력을 살리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산업이 쓰는 전기가 51%에 이르는데 반해 가정은 14%밖에 안 된다. 가정에서 10% 절약을 한다 해도 14%의 10니까, 전체적으로 1.4% 절약밖에 안 된다. 전기를 많이 사용해 잘되는 기업에 높은 요금을 부과해야 한다.
A. 물론이다. 마트나 백화점에서 오히려 가이드라인을 달라고 우리에게 요구한다. 백화점 점주는 고객들의 요구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실내 온도를 높이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주면 고객들에게 정부의 정책에 따라 가이드라인을 지키고 있다고 양해를 구할 수 있는데, 그런게 없을 때는 무한정 난방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내온도 1도가 낮아지면 난방에 들어가는 에너지가 7%가 절약된다. 그럼 3도만 낮춘다고 생각해 봐라. 무려 21%가 절약된다.
Q.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내 온도 강제 조치가 마트나 백화점의 서비스 마인드 부족으로 보여진다.
A.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실내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서비스라고는 보지 않는다. 서비스라고 하는 것은 종업원들이 얼마나 친절하고 제대로 된 물건을 제값에 판매하는 것이냐가 중요한 거다.
실례로 높은 온도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높은 실내 온도에서 쇼핑을 하는 것이 굉장히 불편하고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온도를 너무 낮춰 추워서 쇼핑을 못할 정도의 추위라면 모를까 그것이 아니라면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맞다.
Q.근본적인 전력 수급 대책이 필요한 거 아닌가.
A. 2014년 영흥에 원자력 발전소가 준공된다. 이번 겨울만 잘 넘기면 지난해와 올해처럼 힘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나도 현장에 나가 기업체 대표를 만나면 정부의 정책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다.
전력 수요 예측도 여러 가지 변수가 많아 정확히 판단을 내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 특히 정부에서는 지속적으로 발전소 등의 건립을 검토해야 하는 데 님비현상이 심각하다 보니 건립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정부가 로드맵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대로 제대로 안 되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에너지 사용은 좋은데 생산은 여기서 하지 말고 다른 곳에다 만들라고 주문하고 있다. 지금은 의식이 많이 바뀌어 과거보다는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어려운 부분이다.
Q. 경기지역 본부 차원에서 에너지 절약 홍보, 어떻게 하고 있나.
A. 에너지 관리공단에 입사하고 가장 많이 방문한데가 각 기관의 홍보실이다. 각 기관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체득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오랫동안 홍보담장자로 일하면서 MBC, KBS 같은 방송에 수없이 많이 출연했다. 그때를 돌이켜 보면 언론과 지자체, 시민단체가 네트워크를 구성해 함께 협력했을 때 주민에게 더욱 효율적인 홍보를 할 수 있었다. 시민단체나 언론이 함께 움직여 주면 국민 의식도 달라진다.
Q. 올해 경기지역 본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뭔가.
학교 쪽, 특히 대학의 에너지 낭비가 심하다. 학교에 대한 에너지 절약을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그린스쿨, 그린캠퍼스를 확대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에너지절약 조기 교육이 중요한만큼 어렸을 때부터 절약 정신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할 생각이다. 아이들이 ‘왜 전기를 안끄냐’, ‘차량 10부제인데 왜 차를 끌고 나가느냐’ 하면서 오히려 부모를 설득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조기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올해는 NGO단체와 함께 이같은 교육 협력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Q. 정작 본인은 내복을 입고 다니나.
A. 물론 입고 있다. 홍보실장할 때 겨울철에 ‘쓰리고 운동’을 주장했다. ‘쓰리고 운동’은 ‘(내복)입고, (플러그)뽑고, 걷고’다. 내가 내복이야기를 해서 공단에서 최초로 내복 캠페인을 하고 있다. 여의도에서 63빌딩에서 이상봉 디자이너와 연예인을 불러 내복 패션쇼를 하기도 했다. 쌍방울 등 속옷 판매기업들이 표창을 주기도 했다.
Q. 에너지 절약 운동 이외에 공단이 실천하고 있는 사회 공헌 활동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A. 몇 년 전부터 ‘에너지 마이너스, 사랑 플러스’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내가 홍보 실장을 하고 있을 때 만든 것이다. 여름철에 전기를 절약한(전년 대비) 금액을 가지고 주로 겨울철에 연탄을 사서 그 연탄을 불우이웃에 전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또 이번 겨울 문풍지를 통해 새는 에너지를 잡자는 취지로 ‘황소바람 잡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단열이 안 돼 추운 겨울을 나야하는 저소득층 가정을 찾아가 직접 단열 시공을 해주고 있다. 전 직원이 에너지 측면에서 실천할 수 있는 연탄이나 멀티 탭 공급, 문풍지 등을 직접 설치해주는 활동을 통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대담=박정임 경제부장 bakha@kyeonggi.com
정리=최원재기자 chwj74@kyeonggi.com
사진=전형민기자 hmj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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