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외부적 조건에 의해 결정된다는 ‘환경 결정론’의 입장이 아니더라도, 인간 삶의 공간을 물리적으로 구성하는 건축이나, 공동체를 유지·존속시키는 식(食)문화, 그리고 인류의 감성과 지적 욕망을 채워준 예술 등은 모두 생태·환경적 조건이 근본적으로 반영되어 왔다.
따라서 환경은 개인의 전유물이거나 소수집단의 것이 아니라는 말의 권위를 부여받고, 여기에 미술의 특징인 공공성이 더해져 환경미술이라는 분야가 생겨나게 되었다.
고대 신전건축이나 공공시설물을 지을 때는 건축가와 미술가가 늘 머리를 맞대고 숙의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우는 ‘모더니티’라는 새로운 힘이 역사의 전면에 부상하면서 무자비한 파괴와 개발의 동력으로 전통적 생활양식과 도시 형태를 허물고 획일적 형식의 건축물들을 끊임없이 재생산하면서 이미 깨져 버렸다.
기능성을 최우선으로 함으로써 ‘상자 속의 국제양식’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받아온 현대건축물의 무미건조함을 상쇄시키기 위하여 옥내외에 환경조형물을 등장시켰던 것이다. 바야흐로 환경미술은 ‘도시 공간 미화작업’을 일컫는 개념으로 정착된 것이다.
그러나 이제 환경미술은 현대사회의 다양한 문제점들이 산적해 있는 부정적인 공간으로서의 도시가 아니라 도시를 ‘살맛나는 삶의 터전’으로 바꾸고자 하는 시도로써 ‘자연과 조화된’ 작품으로 눈길을 돌려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환경미술은 단일한 조형물의 미학적 아름다움만을 고려하거나 고립된 조형물로서만 형상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파편화된 환경조형물과 주변환경과의 어우러짐을 통해 쾌적한 도시공간 조성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또 공공미술은 공동체의 공유문화, 시민의 참여문화에 대한 충족과 소통의 측면까지 고려하고 도시의 생명작용을 주도하는 문화장치여야 할 것이다. 오늘날 환경미술이 도시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링에 관심을 갖는 것도 그 이유이다.
이 때문에 환경미술은 도시건축물과 불가결한 부분으로 일체화하며 존재해야 한다. 환경미술은 공공적 차원에서 황폐해진 도시환경을 인간화하고, 동시대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을 나타내며, 이 과정에 예술가가 개입함으로써 예술의 사회적 기여를 정초시킨다. 도시공간 속에서 미술과 건축의 파트너십의 일반화는 현대조각뿐 아니라 회화, 디자인, 모자이크 등 형식주의 미학에 의해 분리되었던 미술 제 장르들을 건축물을 구심점으로 통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 수원문화재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문화예술이 흐르는 수원천 공공예술프로젝트’는 수원천의 역사와 도시환경을 문화·예술적 관점에서 재조명하여 수원천이라는 장소성의 가치와 복원의 의미에 대하여 알리고 도시형 하천이라는 일상공간에서 시민과 관광객이 생태환경과 문화예술을 가깝게 향유하는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고자 기획된 사업이다.
‘수원유람 팔부자거리 발굴·육성’ 프로젝트 역시 대상지 내 문화자원, 역사적 배경, 도시환경 등에 대한 특성을 기초로 공공예술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해석된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작품을 제작하고 설치하는 환경미술적 관점에서 고려된 사업이다. 이러한 사업을 통하여 문화도시 수원의 정체성 확보와 문화적 역량 제고가 가속화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 경 모 수원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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