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박문재 시인과 함께하는 詩作교실

“시(詩)는 우리 생활 언저리에서 늘 만나는 정겨운 벗이랍니다. 그래서 절대로 어렵지 않습니다. 지순지고(至純至高)한 사랑, 그 자체이고 나긋나긋한 자유, 그 자체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난 22일 오후 2시께 양평군 양서면 양서도서관 3층에서 열리는 문화교실 강의실로 반백(半白)의 문학소년ㆍ소녀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박문재씨(72ㆍ양평군 양서면 목왕리)가 매주 한 차례씩 여는 시작(詩作) 강의를 듣기 위해서다.

이날 박씨는 엷은 고동색 베레모를 눌러쓰고, 은갈색 머플러를 두른 채 칠판 대신 화이트보드에 파란색으로 자신의 작품인 ‘자작나무 한그루’를 옮겨 적은 뒤 수업을 시작했다.

“허름한 국제공항/ 직립(直立)으로 우뚝 선/ 모스크바 한 여인/ 자작나무 한그루/ 눈부신 자존심//”

양서도서관 측이 마련해준 프로그램에 따라 지난 9월부터 매주말 2시간씩 진행되고 있는 시작(詩作) 강의는 별다른 수강신청서가 필요 없이, 듣고 싶으면 양서도서관으로 발품만 들이면 된다.

그래서 수업이 열리는 날은 강의실이 늘 꽉 찬다.

꼭 양평에 거주하지 않아도 수강할 수 있다.

40대부터 70대에 이르는 학생(?) 20여 명을 대표하는 반장 정호영씨(67)와 등단한 시인이자 수강생이기도 한 박광호씨(71), 모범 수강생 심성섭씨(57) 등 3명은 수업이 열리기 30분 전에 나와 책상과 걸상 등을 닦고, 화이트보드도 정리하느라 분주했다.

서울 등 외지에서 오는 수강생들도 부지런하긴 마찬가지다.

정씨는 “2시간 남짓한 수업 중 한시간은 박씨의 강의를 듣고, 나머지 1시간은 스스로 시를 지어 검토를 받는다”며 “비록 일주일에 한 차례이긴 하지만, 가슴이 따뜻해지는 행복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양평=허행윤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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