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무원 직종 개편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공직사회도 예외일수는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공무원 직종개편은 시의적절한 일이다. 일반국민들은 공무원 직종개편에 큰 관심이 없을지도 모른다.

국민들이야 별정직, 기능직, 일반직 관계없이 공무원들이 일만 잘해주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직사회의 복잡한 직종을 간편 단순화하는 문제는 필요한 숙제였다.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이 쏟아져 나오고 여러 기술이 융합되고 복합되는 디지털 사회에선 간단명료한 것이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공직사회가 신 바람나게 일해야 국민 삶의 질도 높아질 수 있다. 직종개편을 통해 공직사회의 골격을 단순화시키고 활력 넘치는 조직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지난 81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지금의 공직체계는 보완되어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여론이었다.

지난날에도 몇 차례 직종개편문제가 거론되다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곤 했다. 강산이 세 번 변한 지금도 일반직과 기술직 등 직군과 직렬간의 형평성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디지털시대가 요구하는 전문성부족과 탄력적인 인력운영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30년 넘은 현행 공무원 직종체계 개편의 당위성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보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인력관리를 위해 직위분류제적 요소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너무 세분화된 직위분류보다는 유연하고 탄력적인 조직운영이 이뤄질 수 있는 형태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번에 국회에서 의결된 직종개편안은 실적주의와 신분보장이라는 서로 다른 가치를 상호 존중하고 있다. 효율적인 인사관리와 공직내부의 갈등해소를 위한 운영의 묘를 살리고 공직통합의 큰 목표를 담은 개편안이다. 직종분류에 있어서는 상호배타성 원칙을 준수하기 위해 단일분류 기준을 적용하고 이를 위해 실적주의를 택했다.

실적주의가 공무원제도의 핵심가치로 인사관리의 기본 근간이기 때문이다. 개편안은 현재 6개 직종을 4개 직종으로 단순화해서 효율적 인사관리와 불필요한 행정비용을 줄이는 것으로 되어 있다. 기능직의 경우 일반직으로 통합된다. 사무직은 일반 행정직, 기술직은 일반 기술직으로 전환된다.

다만 속기, 운전, 방호 등 전문 기능이 필요한 경우는 일반직에 새로운 직군이나 직렬을 만들어 전환시키게 된다. 업무가 확장되는 직렬의 경우에는 시험을 거쳐야 된다. 그러나 일반직 내에 새로운 직군이나 직렬을 만들어 전환되는 경우에는 시험 없이 전직시키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전환직급은 6급 이하 기능직은 상당계급으로 동일하게 전환된다. 다만 5급 이상의 경우 본인이 원하면 시험을 거쳐 6급으로 전환하고 원치 않으면 정년 때까지 근무할 수 있다.

정부의 직종개편안이 원안대로 국회에서 통과되자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도 정부의 공무원 직종개편위원회 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6명을 초청해 격려했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20여 차례에 걸쳐 머리를 맞대고 마련한 직종개편안이 국회에서 원안대로 통과한데 따른 감사와 격려차원이다. 사실 지난 30년간 공무원 직종 개편은 수없이 거론 되었었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제도였다. 특히 기능직 공무원과 별정, 계약직 공무원의 일반직 전환 문제는 오랜 숙원이었다. 그런데 맹 장관의 결단으로 30년 묵은 소망이 이루어진 것이다. 국회에서 의결되기까지 긴박했던 순간들을 회상하는 대목은 박진감 넘치는 武勇談을 듣는 듯했다.

그러나 이제부터 시작이다. 큰 틀은 정해졌지만 세분화, 체계화해야하고 이해관계에 따라 갈등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손해 보는 일을 감수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자칫 자기중심으로만 생각하고 이를 관철시키려 든다면 공직개편은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될 수도 있다.

서로의 입장을 유지하면서 조금씩 양보한다면 이번 공직개편이 순조롭게 마무리될 것이다. 직종개편이 원만하게 마무리되어 신 바람나게 일하고 함께 보람을 느끼는 공직사회분위기가 조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홍 승 표 정부공직개편소위원회 위원 용인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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