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대곶면 거물대리 ‘암 공포’ 현실로…
김포시 대곶면 거물대리 일대의 유해물질 배출업소에 대한 검찰의 이번 수사결과로 주민들의 ‘암 공포’가 현실로 드러났다.
검찰이 적발한 김포·부천지역 46개 업체 중 무려 33개 업체가 거물대리 주변 공장들이라는 점이 이를 입증하는 것은 물론 주민 피해의 심각성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이번 수사결과에 대해 검찰은 “김포시 거물대리 일대에 다수 포진하고 있는 미신고 주형장입시설 이용 업체 중 방지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조업을 하는 업체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김포시 거물대리 주민들은 불법 공장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로 인해 주민들의 암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검찰 단속에서는 불법 증축 공장들도 상당수 적발된 것으로 드러나 불법건축 행위가 주민들의 피해를 더욱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혹시나 했는데…檢단속무더기적발
쇳가루·지하수 오염 등 고통의 나날
주민 잇단 암사망 3차례 권익위 민원
상당수 공장 불법 증축 피해 키운 듯
거물대리 일대 상당수의 공장들은 현행법에 따라 제조장이나 판매시설 등의 용도로 200㎡ 이하의 3~4개동을 지어 대곶면사무소에 신고 처리한 뒤, 실제로는 하나의 건물로 연결해 사용했다는 것이 본보 취재로 확인됐다.
대곶면 거물대리 253의1 일원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은 20~30여년 동안 60여개의 공장들이 배출하는 각종 오염물질과 사투를 벌였다.
이 마을 주민 김의균씨(51)는 “법적 하자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공장들로 인해 마을이 죽어가고 있다”며 올초부터 세 차례나 국민권익위원회에 대책을 촉구해 오고 있다.
이날도 김씨의 집 옥상에는 인근 주물공장에서 날아 온 것으로 보이는 새까만 쇳가루가 쌓이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이 쇳가루를 오랜기간 흡입해 온 셈이다.
마을 지하수는 10여년 전부터 기름으로 오염돼 먹을 수 없는 상태다.
주민들은 또 30여개의 가구공장에서 하루에도 몇 차례씩 행해지고 있는 불법 소각행위에 시달리고 있다. 가구공장들은 톱밥과 같이 잘게 부순 나무조각을 접착제와 열처리로 붙여 만든 MDF, PB합판 등 폐자재를 소각하고 있다. 주민들은 목재 제작과정에서 쓰인 접착제에 암을 유발하는 포름알데히드 성분이 다량 포함돼 있다고 주장한다. 동절기에는 불법소각행위가 더욱 극성을 부려 다가오는 겨울이 두려울 정도다.
주민들이 눈에 보이는 피해보다 더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암이다.
최근 6~7년 동안 이 마을에서만 10여명이 각종 암으로 사망했다. 올 3월 L씨가 위암과 대장암으로 사망한 것을 비롯해 지난해 1월에는 또다른 L씨가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2010년 8월에도 K씨가 오랫동안 폐암을 앓다가 합병증으로 사망했으며, 2008년과 2009년에도 주민 4명이 폐암과 췌장암, 대장암, 위암 등으로 잇따라 사망하면서 주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문제는 암에서 그치지 않는다. 마을 주민 3명이 천식을 앓고 있으며, 다른 주민 한 사람은 최근 대장암 판정을 받고 인근 공장과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앞으로 유관 기관과 지속적인 합동점검을 병행해 환경사범을 적극 억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은 현행 법과 제도에서 이뤄지는 단속 과정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며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무허가 업소를 아무리 적발해도 공장은 오염물질을 배출하며 운영되고 있고 지금 이 시각에도 10여곳의 공장들이 불법 소각을 일삼고 있다”며 “지옥같은 마을”이라고 한탄했다.
이어 “쇳가루를 날리는 주물공장이나 인체에 유해한 폐자재를 소각하다 적발된 업소는 공장 폐쇄조치를 취하든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김포=양형찬기자 yang21c@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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