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선물하고 희망 나눠요”

‘음악·영화를 좋아하는 자원봉사자들’

양평 노숙인 쉼터서 무료공연·영화상영 ‘행복 선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외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소외계층에게 무료 문화공연을 통해 사랑을 전파하는 봉사자들이 있다.

음악과 영화를 좋아하는 순수한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서울시 좋은영화 감상회 운영팀’의 차선호씨(56) 등 6명이 그들.

이들은 지난 20일, 양평군 용문면 화전리에 위치한 노숙인 쉼터를 찾았다.

들녘이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던 이날 정오께 노숙인 쉼터 건물 1층 강당은 썰렁했다. 가을 햇살이 제법 고운 한 낮이었는데도, 주위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노숙인 쉼터라는 편견때문일까. 봉사자들은 공연을 보러 관중들이 찾아주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그러나 악기를 점검하며 착찹한 심정으로 공연을 준비하는 동료들에게 차 씨는 유쾌하고 호방한 웃음으로 한 명이 오더라도 공연은 시작된다며 사기를 북돋웠다.

차씨의 격려때문일까. 자원봉사자들은 기운을 차리고 다시금 노숙인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기 위해 음향장비와 영화상영 관련 기계, 기타, 드럼 등을 챙겨 강당 안으로 옮기는 등 바쁜 일손을 놀렸다.

이윽고 마이크 등 음향장비가 설치되자, 이들은 기타 반주에 맞춰 경쾌한 리듬의 노래들을 불러 관심을 유도했다.

그러자 음악소리를 듣고 강당 안으로 호기심 어린 발길들이 삼삼오오 이어졌다. 비록 옷차림은 좀 초라했지만, 오랜만에 듣는 악기 소리에 이들의 표정도 시간이 갈수록 밝아져 갔다. 1시간여의 공연시간 동안 근심과 걱정을 모두 내려놓은 노숙인들은 아이들마냥 손뼉치며 공연을 즐겼다. 또 미니 콘서트에 이어 ‘추억을 파는 극장’측이 준비한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를 상영해 눈과 귀가 즐거운 시간을 마련했다.

이날 공연에 참석한 한 노숙인은 “영화 본지도 참 오래됐는데 재미있는 최신 영화도 보고 음악회도 즐길 수 있어 참으로 행복하다”며 “반드시 재기해 가족들에게 돌아가야겠다는 희망과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양평=허행윤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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