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경기장 팽개친 삼성 ‘약속은 언제 지켜?’

[집중기획 글로벌 기업 ‘삼성의 두얼굴’] 1. 수원월드컵경기장 건립비 부담 ‘나몰라라’
‘IMF 핑계’ 지원협약 파기 향토기업 답게 약속 지켜야

삼성은 막강한 경제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이미 제도권의 통제를 넘어 ‘삼성 공화국’이라는 별칭까지 얻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삼성이 미치는 경제적 파급 효과 등을 고려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삼성에 각종 혜택을 주고 있다. 최근 막대한 영업이익을 얻고 있는 삼성이 지자체의 도움을 받아 국민의 혈세로 도로를 뚫고 저가로 공장 부지를 매입하는 등 각종 특혜를 받고 있지만, 정작 지역사회의 환원은 미미하다. 본보는 삼성에게 돌아간 각종 특혜를 재조명하고 글로벌기업 삼성이 정당한 기업 확장과 영업을 바탕으로 진정성 있는 지역사회 기여와 환원의 길에 나설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편집자주

삼성물산이 경기장 건설 앉아서 대형공사 따내

지금은 초일류기업 우뚝 ‘건립비 환원’ 목소리 커져

수원의 향토기업 삼성전자는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수원에 축구전용구장을 지어주겠다고 약속했다가 IMF 사태를 ‘핑계’로 협약을 파기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분기 영업이익 신기록 수립행진을 거듭하며 막대한 이익을 보면서도 수원월드컵경기장 건립 비용 환원 문제는 관심조차 없어 시민단체의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15일 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3분기 매출이 52조원으로 50조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은 8조1천억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 집계되는 등 4개 분기 연속 사상 최대 기록을 수립하고 있다.

이는 하루에 900억원씩 벌어들이는 것으로, 4일간 영업이익만 환원해도 수원월드컵경기장 건립 비용을 부담하고도 남는다.

수원월드컵경기장 건설사업에 소요된 예산은 모두 3천107억원으로 삼성전자는 협약 파기 이전 기초 공사비용 등 282억원만을 부담하고 실제 공사는 삼성물산이 진행해 사실상 손해 본 것이 없다.

삼성전자는 건립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협약을 체결한 뒤 공사를 삼성물산이 진행해 수원시는 다른 건설업체로 바꿀 수도 없는 상황이 되면서 삼성이 앉아서 대형 공사를 따낸 꼴이 됐다.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삼성의 수원월드컵경기장 건립 비용 환수 문제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일부 논의가 이뤄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초 협약대로 건립 비용을 삼성이 기부채납 형태로 부담하고 무상임대하는 조건으로 한다면 절차상으로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삼성 같은 대기업이 지역사회 공헌을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유야무야’ 넘어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과거에 사정이 어려워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면 기업 여건이 크게 개선된 지금이라도 책임 있는 약속 이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원재기자 chwj7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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