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이귀례 인천시 박물관협회 이사장(인천시 무형문화재 11호 규방다례 보유자)

전통 문화계 大母,  ‘2012 전국 박물관장 콘퍼런스’ 중책

전국 박물관장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2012 전국 박물관장 콘퍼런스’가 오는 19~20일 인천에서 처음 열린다.

㈔한국박물관협회와 인천광역시박물관협의회가 공동 주최하는 콘퍼런스는 전국 박물관과 미술관이 정보 교류 및 네트워크 강화로 전시·관람 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자 마련됐다.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한국박물관협회장, 전국 박물관·미술관 관장과 학예사 등 300여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다.

올해 처음으로 열리는 ‘박물관장 콘퍼런스’가 인천에서 개최하기까지 중점적인 역할을 한 주인공은 이귀례 ㈔인천시 박물관협회 이사장이다.

이 이사장은 ㈔재인천시 무형문화재총연합회와 ㈔한국차 문화협회 등을 함께 이끌며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보존하고 전수하는 데 앞장서는 전통 문화계의 ‘큰어머니’로 불리고 있다.

조선 후기 우리나라 다도를 정립한 초의선사(草衣禪師)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초의 문학상’을 수상하고 제35대 신사임당에 추대되기도 했다.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에 자리하고 있는 이 이사장의 차향 가득한 다실(茶室)에서 그가 손수 끓여 내 준 차(茶) 한잔을 마시며 우리의 문화를 어떻게 이어가고 계승 해야 할지 이야기를 나눴다.

-박물관 콘퍼런스 준비로 분주해 보인다. 올해 첫 행사인 콘퍼런스를 인천에서 개최하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전국 300여 곳의 박물관장이 모이는 자리다. 그동안 박물관들은 전시 잘하고 관람객에게만 잘하면 되다 보니 함께 큰일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 개개인의 목소리만 컸다 뿐이지 서로 힘을 합하는 데는 영 미숙하다. 앞으로 박물관의 전시 문화를 더욱 발전시키고 서로 장점을 배우고 단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자 5~6년 전에 전국적으로 박물관협의회가 생겼다. 지역별로는 인천의 박물관협의회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인천 주민들은 서로 화합도 잘하고 유물에 관심도 많다. 인천 박물관협의회가 전국의 모범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 첫 콘퍼런스를 인천에서 열기로 했다.

-인천에도 공공 박물관 외에 다양한 사립 박물관이 있다. 인천에 살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박물관도 많다.

인천에는 30개의 박물관이 있다. 국립·시립 박물관 6곳이 있고 사립박물관이 24곳이나 된다.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박물관이 많다는 것은 인천의 자랑이다. 강화에 있는 옥토끼 우주센터의 우주과학박물관은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역사를 보여주고, 선사박물관에서는 고인돌도 볼 수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인 인천 국제성서박물관은 미국 최대의 성서박물관인 유레카 박물관보다 5배나 많은 성경책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근대 역사를 알려주는 개항박물관이나 한국이민사박물관, 녹 청자 박물관,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 단청박물관 등 손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가치 있는 박물관이 많다. 인천 유일의 고려시대 대표 불교 문화재인 국보 제276호 ‘초조 본유가 사지론 권 제53(初雕本瑜伽師地論 卷 第五十三)’을 소장하고 있는 가천박물관 등 인천에도 오래된 유물이 많다. 물론 전국적으로 보면 유물도 적고 박물관도 적지만 각양각색의 박물관이 있고 갖출 것은 다 갖췄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사립박물관은 대부분 개인이 재산을 출자해 마련한 곳이다. 운영하려면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텐데.

사립박물관을 하는 이들은 우리의 문화를 지키고 후세에 남겨야 한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버티는 사람들이다. 지금까지 개인재산을 출자해 박물관을 꾸려가고 있지만, 앞으로는 나라가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라가 지금보다 더 문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박물관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자체가 조례를 만들어 조금씩 지원해주고 있지만, 관람이나 탐방객을 후원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 박물관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거나 키울 수 있는 동력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모두가 관심을 두는 박물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인천문화의 ‘대모(大母)’로 불리고 있다. 박물관협의회 이사장일 뿐만 아니라 인천 규방다례 전승자로, 인천지역 무형문화재 총연합회장으로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천무형문화재 정기 전승공연’과 전국 최대 규모의 ‘제13회 전국인설차문화전-차 예절’, ‘제32회 차의 날 기념 전국 차인(茶人) 큰 잔치’를 성황리에 끝냈는데.

‘인천무형문화재 정기 전승공연’은 무형문화재의 보존·계승을 통해 선조의 얼과 지혜를 후손에게 전하는 공연이다. 전통이 희미해져 가는 요즘 살아숨쉬는 문화를 가까이 느끼는 기회가 됐길 바란다.

차인들을 위한 큰잔치는 국내 차 문화 발전을 위해 지난 1981년 5월 차인 1세대가 모여 입춘에서 100일째 되는 날을 차의 날로 선포한 것을 기념해 시작됐다. 올해 차인 큰잔치에는 한국차문화협회 인천시지부 등 전국 25개 지부·지회 회원과 가족 등 역대 행사 가운데 가장 많은 5천여 명이 참가할 정도로 이름 그대로 ‘큰’ 잔치가 됐다.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인천을 차의 도시이자 문화의 도시로 만들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일인데 아직 부족하다. 차 문화를 배우고자 하는 이들은 많지만, 재정·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 규방다례는 대단히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국가나 지방정부의 지원이 아쉬운 상황이다. 개인적으로는 박물관과 연계해 박물관에 차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 견학 오는 학생이나 관람객들에게 차를 접할 기회를 줄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차 문화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차를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항상 무료로 차 예절을 가르쳐 주고 있다고 들었다.

인천에서 많은 이들이 차 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매우 기쁘고 즐겁게 여기고 있다. 하지만, 아직 차 문화가 대중적으로 시민의 일상생활 속으로 파고들지 못한 이유는 ‘다례가 어렵다’는 편견 때문이다. 그 편견을 없애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것이 무료 강습이다. 누구든, 어디든, 차 문화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다녔다. 차뿐만 아니라 다기까지 모두 내가 준비해야 했던 터라 버는 것 없이 쓰는 돈이 많았지만, 북쪽 대성동 마을부터 남쪽 땅끝 섬 마을까지 가리지 않고 다녔다. 지금은 전국 25개 한국차문화협회 지부에서 강습하고 있어 한결 수월해졌다.

-‘다례’의 매력은 무엇인가. 일반인도 쉽게 알 수 있게 설명해달라.

옛날 6·25전쟁을 겪고 먹을 것이 없었을 때 미국에서 커피와 설탕, 과자 같은 게 들어왔다. 당시 커피 맛도 제대로 모르면서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커피에 달걀노른자를 띄워 마시거나 설탕이나 크림을 잔뜩 넣은 커피를 마시면서도 커피를 마셔야 문화인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재밌는 일이다.

최근에는 문화가 달라져 차를 마셔야 문화인이 되는 시대가 됐다. 차 박사도 등장했다. ‘다례’는 복합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물을 끓이고 차를 다려 잔에 따라주는 것이 ‘다례’다. 다만, 차를 마실 때 차를 대접하는 이의 정성과 마시는 이의 마음가짐을 중요하게 여기면 되는 것이다.

차는 따르는 소리를 귀로 듣고, 눈으로 색을 보고, 코끝으로 향기를 맡고, 손으로 온도를 느끼고, 입으로 맛을 느끼는 5감의 풍미를 느끼면 된다. 차 맛은 떫고, 쓰고, 시고, 짜고, 단 5가지다. 인생의 ‘희(喜)노(怒) 애(哀) 락(樂) 고(苦)’와 같다.

-인천은 점점 국제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인천의 차 문화를 더 널리 알릴 기회가 될 것이다. 협회 차원에서 준비하는 게 있나.

외국인에게 차를 대접할 수 있는 한옥이나 전수관이 만들어진다면 인천은 더 품위있고 품격을 갖춘 도시가 될 것이다. 내년 연말께 개관하는 무형문화재 전수관은 그래서 의미가 더 크다. 2014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때 40억 아시아인이 함께하는 아시아 국가 차 경연대회나 차 모임을 했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아시아인이 저마다 전통 복을 입고 전통 차를 마시면서 서로 다례를 소개한다면 인천AG은 아시아 최고의 문화행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담=류제홍 인천 본사 정치부장 jhyou@kyeonggi.com

정리=김미경기자 kmk@kyeonggi.com

사진=장용준기자 jyju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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