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교직생활 동안 내 자신에게 묻는 질문은 ‘참된 교육이란 무엇일까?’는 교육정의 (敎育正義)였다. 교육열 높기로 세계 최고인 우리 사회가 모든 희생 감수하며 자녀교육에 투자하는데 왜 희망보다는 고민이 많은 걸까? 이런 회의에 ‘김상곤의 교육편지’는 그 답을 찾는 단초가 되었다.
서언 부분의 ‘부모님, 나의 청춘’편은 불의에 저항하며 시대 아픔을 함께 한 교육감의 삶의 과정이 실려 있다. 서슬 푸른 70년대 시국에서 반정부 시위 주모자로 표적돼가다 중앙정보부에 연행돼 혹독한 신체적 고문을 받고 아픈 생채기 트라우마 안고 살아가는 교육감이다. 그 후 교수로 재직하다 교육개혁에 대한 신념으로 기적에 가까운 교육감 당선에 이르기까지의 인생역정이 잔잔한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어느 누가 교육감 한 사람 바뀜으로서 이렇게 많은 교육 변화의 바람을 휘몰아치게 할 수 있는지 감히 생각이나 했겠는가. 교육감 직무에 별반 관심 없던 대중들에게 교육혁신 아젠더로 줄기차게 설득하여 온 그 이면 힘의 정체는 무엇일까?
김 교육감의 교육소통 물꼬트기는 그가 공들인 무상급식, 인권조례, 혁신학교 등의 교육계 뜨거운 화두가 되었던 핵심 정책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실제 교육감은 제도적 해결책을 마련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무상급식의 경우 한 때 좌파 포풀리즘이라는 비난의 표적이 되어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발의까지 불러왔으나 전면 현실화 단계에 이르렀다. 또 경기도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인권만 소중하고 교권은 소홀히 해도 되는가라는 일부 비판도 있었지만 ‘교권 없이는 학생 인권도 존중될 수 없다’는 신념으로 최근 전국 최초로 ‘교권보호지원센터’를 개설함으로써 상호 존중의 학교문화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런 교육감의 교육철학 이면에 헌신적인 선생님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이무겸 선생님! 추억만으로 가슴 한편이 따뜻해지는 은혜로운 이름이다. 우리를 대하시던 그 분의 눈빛, 표정, 손길이 이리도 생생하다. 내 유년의 마지막은 그 분으로 인해 ‘축복의 기억’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김상곤 교육감 역시 ‘교육의 질이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평범한 말을 되뇌이며 평범하기에 더욱 진리에 가깝다고 역설한다. 즉, 새로운 교육방법과 기술은 교육을 보완할 뿐이지 결코 교사의 인격과 교감 능력을 대체하지 못하기에, 최고의 교육혁신은 훌륭한 품성과 능력을 지닌 교사들이 집단지성을 발휘하면서 혁신주체로 서는 것이라고 당부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고 꿈을 키워주기 위해 온 몸으로 아이들과 함께 부대끼는 수많은 이무겸 선생님들이 교단에서 땀과 눈물을 흘리고 있음에 감사하며, 작금의 교육현실이 암담하더라도 역사는 결국 진보할 수 밖에 없기에 그 길의 개척자로서 자신을 비롯한 학교 모든 구성원들이 손을 맞잡고 함께 나아가자고 호소하고 있다.
요즘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를 두고 교과부와 경기도교육청 간 갈등이 뜨겁다. 훈령을 따르지 않으면 징계하겠다는 교과부와 심각한 인권침해 소지를 우려하여 합의점 도출시까지 유보하자는 김교육감의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시 거부의 댓가로 교과부의 특별감사에 교육감은 항의 표시로 400시간 퇴근 없는 연속 근무를 강행했다.
나 역시 폭력을 이기는 것은 결국 평화와 사랑의 힘임에 공감한다. 그 대안을 평화교육에서 찾고 있는데 안타까운 것은 교육효과는 누군가 씨를 뿌렸다면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에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이제 그 씨 뿌림을 자처한 김교육감의 혁신교육이 어떤 모습으로 결실을 맺어 나갈지 조금 더 인내하며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그 결실을 위해 경기교육의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노력해야함은 물론이다.
최 동 호 경기도교육연구원 교육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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