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기업가·교수… 새 대한민국을 꿈꾸다
‘의사의 길’ 접고 안철수연구소 창업
컴퓨터 백신 개발 성공 ‘보안 1세대’
서울시장직 박원순 변호사에게 양보
벤처기업 신화 주인공에서 대학교수 신분이었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안 원장은 지난 2009년 MBC ‘무릎팍도사’ 출연 이후 전국적 지지도를 갖춘 명사 이미지를 얻었고, 이어 ‘청춘콘서트’를 진행하며 대중과의 직접적인 접점을 넓히는 한편, 젊은이의 ‘멘토’로 이미지가 확장됐다.
그는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치권에 발을 들여 놓았다.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단일화 결단을 내려 국민적 호응을 받았고 이후 3개월간 국민 의견 청취에 나선 그가 그동안의 신비주의 베일을 벗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안 원장의 부친은 서울대를 나온 의사로, 안 원장이 2세 때 부산의 한 가난한 동네에서 개업했다.
유년시절 안 원장은 병아리를 기르기 좋아하는 평범하면서도 내성적인 아이였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는 남들보다 한 해 먼저 입학하는 바람에 몸집이 작고 적응도 늦어 공부도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
안 원장은 저서와 방송 출연을 통해 “성적표에 ‘수’가 보였는데 ‘철수’의 ‘수’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렇지만, 그는 책벌레였다고 한다. ‘한국의 에디슨’을 꿈꾸던 안 원장은 고등학교 3학년이 됐을 때 전교 이과 1등을 하며 서울대 의대에 진학했다.
그는 의대 재학 중에는 의사의 길이 아닌 연구의를 선택했다.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한 것도 의학실험을 더 잘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던 중 자신의 컴퓨터가 당시 국내에서 생소하던 바이러스에 감염되자, 직접 백신 프로그램을 만들어 치료하면서 백신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의대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해서는 생물학 실험에 집중해야 하는 바람에 봉사활동 시간을 내기 어려워지자 백신을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는 일에 더욱 매달렸다.
군 제대 후에는 단국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안철수연구소를 창업해 기업인의 길로 들어섰다. 경영에 한계를 느끼자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으로 유학길에 올라 학업과 경영을 병행하기도 했다.
안철수연구소가 벤처기업에 머무르던 시절 미국 보안업체인 맥아피로부터 1천만 달러의 인수제의를 받았지만,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보호를 위해 안 원장이 이를 거절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2004년 안철수연구소가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로서 가장 높은 매출 및 수익을 올린 상황에서 안 원장은 기업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나서 다시 유학길에 올랐다.
안 원장은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석사(MBA)를 받고 카이스트 교수를 지내다 2011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교수에서 ‘새정치 아이콘’으로
그는 기업인에서 사회 변화를 꿈꾸기 시작했다. 학계에 들어온 뒤 정부의 각종 위원회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보폭을 넓혀왔다. IT 격변기에도 글로벌 흐름을 좇아가지 못하는 국내 IT 생태계 구조 및 정부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 그가 정치적으로 부상한 것은 지난해 9월 서울시장직에 도전 의사를 내비치면서부터다. 다만, 정치가가 아닌 행정가로서의 도전 성격이 강했다.
당시 그의 지지율은 상당했지만 역시 출마 의사를 밝힌 당시 박원순 변호사에게 후보 자리를 전격 양보했다. 이런 과정에서 안 원장은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박근혜 대세론’에 타격을 주며 야권의 잠재적인 유력 주자로 떠올랐다.
특히 자신이 보유 중인 안철수연구소의 지분 37.2% 가운데 절반을 기부하기로 해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그러나 정치 참여 여부와 관련한 메시지를 선뜻 내놓지 않았다. 지난 1월 미국 방문 길에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정치 참여 여부와 관련해 정치 참여 및 대선 출마에 대해 언급을 자제해왔다.
그러던 그는 지난 7월 대담 집 ‘안철수의 생각’을 내고 나서 국민의 의견을 듣겠다며 ‘소통 행보’를 벌여왔다. 대담집은 대선 공약집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그는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함구로 일관해 왔다.
안 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출마 의사를 공식화했지만,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아 보인다.
우선 정치 경험이 전무한 만큼 국정운영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뚜렷한 국정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과 로드맵을 마련해 국민을 설득하는 것도 시급한 상황이다.
이미 일정 부분 진행이 된 검증 공세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하느냐도 안 원장의 대권 행보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글 _ 강해인·김재민 기자 hik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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