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추석!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이 있을까?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성큼 다가왔다.

명절하면 우선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말끔하게 벌초가 끝난 조상님의 묘소 앞에서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 온가족이 함께 모여 정성스럽게 성묘하는 광경이 아름답게 떠오른다.

추석 한가위는 농부가 한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오곡을 수확하는 일 년 중 가장 풍성한 시기다.

그래서인지 ‘가을밭에 나가면 가난한 친정 가는 것 보다 낫다’라는 옛말이 있다. 추석 명절 모처럼 온 가족이 한데 모여 오손도손 이야기꽃을 피우고 이웃 친지들과 그 동안 전하지 못한 안부나 소식을 전하며 송편을 나누고 못다 했던 정을 나누기도 한다.

해마다 추석이 기다려지는 이유도 이러한 연유 때문이다.

그러나 올 추석은 계속되는 태풍피해와 물가상승, 경기위축 등으로 여느 추석 때보다 우리사회 전반적으로 어려움이 많아 명절보내기가 여간 녹록치 않아 보인다.

최근의 경제상황을 보더라도 올해 우리경제 성장률을 3.6%로 낙관했던 KDI가 불과 넉 달 만에 2.5%로 대폭 내려 잡았고 국·내외적으로 건설업분야에서 크게 인정을 받고 있는 S그룹 역시 연말까지 임원의 절반과 직원 30%를 감원하기로 하는 등 IMF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더구나 올해는 산바와 볼라벤 등 대형태풍 3개가 연이어 한반도를 강타해 추석 성수기를 앞둔 과일농가와 어민들에게 큰 시름을 더해 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오랜 기간 동안 이러한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희망을 담보해나가는 과정의 하나로 자식에게 투자하는 희망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 조선업과 IT분야에서 세계최고 수준을 달성한 위대한 대한민국이지만 50~60년 전 먹을 것조차 없었던 시절, 많게는 예닐곱 명에서부터 적게는 네다섯 명까지 많은 형제자매를 낳아 기르고 비록 나는 못 배웠지만 자식만큼은 끝까지 가르치겠다는 우리 부모들의 헌신적인 자식사랑과 교육열이 없었다면 지금의 성장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최근 우리나라 출산실태를 보면, 과거 70년대 한국여성이 평생 동안 낳은 평균 아이수가 4.53명인데 반해 지난해에는 1.24명으로 무려 3.29명이나 아이를 덜 낳고 있어 이러한 추세라면 20~30년 후에는 우리 주변에서 어린아이 울음소리를 듣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국가적 기초자원인 인구 감소는 결국 장래에 사회문화적, 경제적 파급 문제로 이어져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될 것이다.

또한 출산을 주도해 왔던 20세에서 24세의 한국여성 미혼비율이 과거 70년대 57.2%에서 2010년도 96%까지 급상승됐고, 초혼 평균연령 역시 23세에서 29세로 대폭 늦춰진 점 또한 장래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요즘 들어 핵가족으로 인한 가정교육과 전통적 가족문화가 약화되어 도덕성을 상실한 가정폭력·성폭력 등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여서 저출산 문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이러한 저출산 문제는 정부나 지자체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가정과 학교, 직장 등 사회 전체가 한뜻으로 결집되어져야 하고 무엇보다도 먼저 최근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고 있는‘삼포세대’들의 개인주의적 가치관 변화를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이 세상에 손자, 손녀의 재롱을 바라보는 가족들의 시선만큼 따뜻한 것이 있을까? 새로 태어난 손주를 안고 가는 가족의 모습, 이보다 더 훌륭한 명절 선물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조광오 경기도 여성가족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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