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치안행정 등 조치를 놓고 경찰에 대한 비난과 화살이 쏟아지는 세태는 이제 익숙하게 받아들여지게 된다. 얼마 전 발생한 나주 어린이 성폭행 사건만 해도 그렇다. 참으로 안타깝고 참담한 사건이다.
통영 아름양 살해사건이 일어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또다시 초등학생이 희생됐기에 국민들은 경악했다. “우리 아이를 밟지 말라!”며 주부 인터넷 시위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고 성범죄 관련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라며 언론까지 가세했다.
이러한 국민의식과 여론은 강력사건이 터질 때마다 마치 경찰이 요지부동인양 일방적이고 부정적인 시각으로 비쳐온 점은 사실이다. 하지만 필자가 이러한 부정적 시각을 나쁘게만 평하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경찰에 대한 관심과 비중이 크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다크나이트’ 3탄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범죄자들을 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배트맨의 신념은 일명 혼돈의 사자라고 불리는 조커가 박살을 내는 바람에 무너지고 정의의 배트맨이 오히려 당하게 되는 이유를 클로즈업시킨 리얼한 스토리와 구성이 흥행 대박을 만드는 요즘 세상이다.
그런데 이 영화가 상영하자마자 미국 콜로라도주 시네마에서 관람객을 향해 무차별 총기를 난사해 20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박사과정을 준비하던 학생이었고 다크나이트 조커의 행동을 흉내낸 것이다. 체포 당시 경찰에게 자신이 조커라고까지 했다고 한다. 바로 모방 범죄이자 묻지마 범죄요 증오 범죄 표상이 된 것이다.
IT산업의 발달로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 첨단화, 국제화 돼가고 초스피드화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치안이 대체로 안정된 편에 속한다. 하지만 시대 흐름에 범죄의 유형이 날로 난폭해지고 광역화 돼가는 추세를 감안하면 안심할 수 없다고 본다. 최근 성폭력, 학교폭력 등 이른바 치안 수요는 급증하고 있는 반면 인력, 장비, 예산 등 제반 치안 인프라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우리 경찰의 1인당 담당인구는 501명으로 미국 354명, 영국 380명, 호주 395명, 일본 494명에 비해 열악한 편이다.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치안예산 비율은 0.42%로 선진국에 비해 절반 수준이며 금년도 치안예산은 오히려 감소한 상황에서 112 신고 건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경찰인력 증원은 매년 0.8% 이내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나주사건을 계기로 불심검문이 재개되고 성폭력 전담부서 신설과 아동음란물 소지자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고도의 지능범죄가 늘고 있고 범죄의 기동화, 광역화 되어가는 현실에서 자체적 인력재배치만 가지고는 효율적 성과는 역부족일 따름이다.
대형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경찰 때리기나 나무라기 식이 아닌 경찰인력 보강과 노후 장비 교체 등 예산 지원에 한 목소리를 내는 분위기 조성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연쇄적인 성범죄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는 가운데 급변하는 시대변화에 맞는 21세기 미래경찰에 걸 맞는 치안 인프라 확충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본다.
구장회 인천 부평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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