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무궁화 찬가

제22회 전국무궁화수원축제가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유서 깊은 만석공원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110만 송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라는 주제로 한 이 사업은 전국의 도시를 순회하며, 그 곳 지자체와 산림청이 함께 주최하는 특수 행사다. 올핸 충북 청주시를 기점으로 하여 22개 도시에 이어 수원시에서 23번째 마지막 행사를 가진 것으로 안다. 그야말로 유종의 미를 거둔 것이다.

축하공연 등 개막행사, 무궁화 전시·생태 사진전 같은 전시행사, 무궁화 그림 그리기·글짓기 대회, 무궁화 포럼 등 체험행사, 그리고 부대행사로 무궁화 묘목 나눠주기 등 다양한 사업이 푸짐하게 마련됐다. 이를 위해 임시로 설치된 30여 천막 부스에선 저마다의 자원봉사자들도 활기가 넘쳤다.

지난 주말 공원을 찾은 수많은 시민들은 그야말로 나라꽃 사랑의 뜨거운 마음을 가슴깊이 충만하는 기회가 됐다.

내가 몸담고 있는 경로무료급식소 앞 길 건너 만석공원에서 벌어진 이 같은 무궁화 축제를 보자니 오래 전에 있었던 일로 무궁화에 얽힌 장안구청의 어느 공무원이 생각난다. 어느날, 공원과 소속의 젊은 직원이었던 그가 급식소 앞 노변화단에 무궁화 묘목을 심고 있는 모습을 보게됐다. 그 때가 2005년 이었을 것이다. “과실나무를 심으면 더 좋잖겠느냐”는 나의 말에 “회장님께서 나라사랑하는 맘이 더 할 것 같아서 일부로 창문 앞에 무궁화나무를 심는다”는 것이었다.

나라고 나라사랑하는 맘이 더 할 것은 없지만 하는 말이 고마워 그대로 지났는데, 참으로 고맙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그 묘목들이 자라고 나서였다. 어느새 어른 키보다 높이 성장한 무궁화나무의 가지가지마다 꽃핀 담자색 꽃송이가 “나 봐요!” 하듯이 창문사이로 들어오는 것이다.

지금이 한창 개화기다. 7·8월에 피기 시작하면 10월 하순까지 계속된다. 무궁화란 이름대로 개화기가 그 어느 꽃보다 길다. 청초하면서 소담스런 게 보면 볼수록 정감이 간다.

창문 사이의 무궁화나무는 이래서 본 급식소의 마스코트가 됐고 당초에 심은 그 공무원 얘기는 급식소 자원봉사 어머니들 사이에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성씨도 이름도 모르는 그 공무원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에 대한 고마운 마음은 해를 더할수록 더해지고 있다.

며칠 전, 한 할머니가 탐스런 무궁화 꽃에 입을 맞추며 “내년에도 너를 봐야 할 터인데…” 하시는 것이었다. 그 할머니는 올해 92세다. 짐작컨대 무궁화의 정기를 받아 수를 더 할 것이다.

나라꽃을 사랑하는 마음은 곧 나라 사랑이다. 이 점에서 수원 영복여고 학생들이 매년 어버이날이면 카네이션을 대신해 무궁화 꽃 달아드리기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의미가 크다. 또한 어린이 놀이터 같은 데에 무궁화나무를 많이 심는 것도 나라사랑의 조기교육에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무궁화 축제행사 첫날 개막식에 다녀온 노인분들이 “염태영 시장이 나라꽃 사랑, 나라 사랑을 하잔다고 했다”고들 말한다. 그렇다. 시국이 어지럽다. 나라 안팎으로 그 어느 때 보다 나라사랑 마음을 가져야 할 시기다. 무궁화처럼 자중하면서 강인한 나라사랑이 있어야겠다.

무궁화에서 우리가 가야할 바를 찾는 것은 국민의 슬기다. 창 너머 무궁화 꽃은 오늘 또 피었다. 내년에도 핀다. 온 나라가 무궁화 삼천리 근역강산이다.

이 지 현 녹색복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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