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무상보육, 미래에 대한 투자다

딸이 시집을 간지 어느덧 10여개월이 지났다. 무남독녀로 키운 딸인지라 늘 걱정이 되었는데, 오는 11월이면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란다.

“아빠 외손녀래, 예쁜 이름 지어주세요”라는 딸의 전화가 참 반갑고도 행복하기만 했다.

날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외손주가 건강하게 태어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기쁨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하겠는가.

1년 전쯤으로 기억된다. 딸에게 물었다. “딸은 결혼하면 몇 명의 아이를 낳을 건가?” “지금 생각으로는 자식 세 명을 키울 생각인데 아빠.”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엄마는 “얘야 욕심도 많다. 아이 키우기가 얼마나 힘든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느냐”고 한 수 거들었다.

형제가 없이 혼자서 지낸 딸 아이가 자신의 자식들은 서로 의지하면서 외롭지 않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얘기한 것 같고, 엄마의 생각은 아이들 보육문제와 교육문제에 대한 걱정이었으리라.

OECD 국가 중 출산율 최하위

누구도 모르는 일이지만 ‘과연 내 딸은 자신이 생각했던 세 명의 자식을 낳아 키울 수 있을까.’ 동네마다 골목마다에 아이울음 소리가 넘쳐나는, 아이 키우기 걱정 없는 세상은 과연 가능할까.

아마도 보육문제와 경쟁교육의 수렁에 빠져있는 오늘의 교육문제가 주요한 원인이 되어 출산을 꺼려할 것으로 가늠된다.

통계청 출산동향 조사에 따르면 2005년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18명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해당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출산휴가, 출산수당, 육아정책, 양육지원금 등 여러 가지 정책을 쏟아 놓고 있지만 결과는 시원찮다. 앞으로도 이러한 성적표는 오랫동안 지속될 것 같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우리나라의 복지정책의 기조는 정치적 수사 의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상보육이 표류하고 있는 이유이다.

무상급식 논쟁이 한창일 때, ‘복지망국론’, ‘복지포플리즘’으로 보편적복지를 그렇게 비난하던 정부와 여당은 자신들의 복지철학과 맞지 않는 무상보육을 주도해 0~2세까지 무상보육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는 무상보육에 따른 보육예산 일부만을 지방정부에 지원하겠다는 것이 지난 1일 정부가 제시한 영유아보육 재원대책이다.

일관성 있는 복지정책 이뤄져야

이는 현 정부가 선별적 복지에서 갑자기 보편적 복지를 받아들인 정책 기조상의 모순과 복지재정 운영의 실패를 스스로 인정한 것에 다름 아니다.

이에 전국시도지사협의회와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의 영유아보육 재원대책을 수용할 수 없다고 정면으로 반박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난맥상이 어떻게 수습될 것인가 지켜볼 일이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는 노인인구가 유소년인구보다 많아진다는 인구역전현상이 전문가들의 예상처럼 2017년에는 현실이 되고도 남을 일이다.

이제는 국민들에게 물어보는 지혜로움이 정부에게 있었으면 좋겠다.

향후 10년간 한국사회를 지배할 키워드는? 복지, 사회통합, 양극화, 저출산ㆍ고령화, 통일, 교육, 환경, 실업, 다문화, 생태, 민주주의 등의 항목 중에서 세 가지를 골라보라고 복수응답을 요청하는 조사를 실시한다면 그 결과는 어떨까.

아마도 소득 ‘양극화’로 인한 사회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사회통합’의 목표를 ‘복지’ 정책을 통해 달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수일 것으로 생각된다.

복지라는 것은 공짜나 낭비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다. 사람에 대한 투자가 가장 값진 투자인 까닭이다.

미래의 신세대들이 아이를 낳아 부담없이 보육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하는 전략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정부가 탄생하길 소망해본다.

이청연 인천광역시 자원봉사센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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