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살리기 공사 놓고 또 두물머리 전쟁

[현장속으로] 양평 두물머리 한강살리기현장 “공사하려면 우리를 밟고 넘어가라”

시공사 새벽 굴삭기 동원

기습강행 맞서 육탄 저지

팔당공대위 “습지 보존을”

양평 두물머리 한강살리기 공사를 놓고 유기농민 및 양수리 주민들과 시공사측이 또다시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17일 오전 11시30분께 4대강 살리기 남한강 제1공구인 양평군 양서면 두물머리 신양수대교 10~11번 교각 아래.

두물머리 유기농민과 농지보전 친환경농업사수 팔당공동대책위(팔당공대위) 회원 등 30여명이 제1공구 시공사(코오롱건설)측에서 동원한 굴착기 2대와 근로자들, 인근 양수리 주민 등 40여명과 대치해 전운이 감돌았다.

주변에는 공사현장을 알리는 경계펜스가 150여m가량 설치돼 있고, 인근 습지 1천500여㎡에는 굴착기가 파헤친 흙 무더기가 군데군데 쌓여 있었다.

정부는 두물머리 유기농단지를 수용, 35억원을 들여 자전거도로와 산책로, 잔디공원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두물머리 유기농민과 팔당공대위 등은 “이곳의 습지를 보존해야 한다”며 반발, 4년여 동안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시공사측은 올해 들어서만 지난 4월에 이어 수차례 공사를 강행하려 했지만 유기농민과 팔당공대위 회원들로 인해 무산됐다.

이날도 새벽 6시께 굴착기 2대와 근로자를 동원해 기습적으로 공사를 강행하려 했으나, 유기농민과 팔당공대위 측의 반발로 6시간째 대치상태에 빠졌다. 이 과정에서 팔당공대위 일부 회원은 땅바닥에 드러누워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오전 11시께는 인근 양수리 주민 30여명이 현장을 방문해 유기농민과 팔당공대위측과 대화를 시도했다. 주민들은 두물머리에 주민을 위한 공원을 조성하는 만큼 대승적인 의미에서 양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유기농민과 공대위 측은 “공원 대신 유기농민과 인근 주민이 상생하는 방안을 찾자”고 맞서 대화는 결렬됐다. 이들의 지루한 대치는 이날 오후 늦게까지 계속됐다.

한편 국토해양부는 4년째 정부의 4대 강 살리기 사업에 반발하고 있는 두물머리 유기농가에 최근 계고장을 보내 18일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을 통해 강제 철거에 나서겠다고 밝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양평=허행윤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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