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는 내가 틈틈이 수집한 기념품을 보관하는 진열장이 있다. 진열장에는 수원시가 2002년 월드컵 개최 당시 제작했던 뱃지를 비롯한 각종 기념품과 홍보물, 국내외 여행 당시 수집했던 기념품 등이 놓여져 있다.
그 중에는 요즘의 시각으로 볼 때 다소 촌스러운 모양과 색깔의 기념품도 있다. 아마도 국내의 다른 관광지에 가면 관광지의 이름만 다르고 똑같은 모양과 색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다량으로 진열되어 있음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는 그런 기념품이다.
그러나 비록 대량으로 생산되어 조잡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에는 그때의 시간과 장소, 그리고 나와 함께한 누군가와의 추억이 담겨있는 그런 ‘기념품’이기에 가까이에 두며 수시로 눈길을 주는 것이다. 즉, 관광지에서의 기념품 판매는 일종의 추억을 파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수원은 수년전부터 세계문화유산 ‘화성’과 연계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함께 제공하는 ‘기념품의 거리’를 조성하기 위해 다방면에 걸쳐 노력을 기울이며 애써왔다. 지난 4월에는 ‘아름다운 행궁길 공방거리’라는 거리이름을 부여하며 조촐하지만 의미있는 개막식도 가졌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국내외의 유명 관광도시들의 인프라에 견주어서는 다소 그 힘이 부족해 보인다. 그래서 구청장으로 부임한 후 요즘 부쩍 새로운 수원의 명소를 만든다는 사명감으로 팔달어울림축제 개최 등 다양한 시책을 고민하며 시행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시장상인회장, 지역 예술가, 공방인, 공무원 등과 함께 인사동거리, 북촌 한옥마을 등 유명한 거리를 방문해 서로의 의견을 끊임없이 교환했다.
그날 우리가 공감한 점은 비록 수원의 ‘아름다운 행궁길 공방거리’가 이제 태동단계에 있어 외부의 충격에 취약하지만 충분히 대외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여건과 능력이 된다는 거 였다. 대량 생산되고 국적을 알 수 없는 그런 기념품을 파는 곳과는 차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공방거리에서 만들어지는 것들은 모두 수(手)제작품이며 구매자가 직접 제작도 가능한 것들이기에 규모면에서는 서울의 유명거리보다 부족하지만 손으로 만든 수공예품을 전시하는 수원의 공방거리가 관광객들에게는 더욱 의미가 클 것은 자명한 일이다.
다만 우려되는 한 가지는 공방거리가 수원시민들 조차도 외면하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낯선 곳을 찾아온 여행객들에게는 수원만이 줄 수 있는 추억을 제공한다는 사명감으로 수원시민들이 자랑스러운 공방거리를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아직까지 수원 공방거리에 가보지 않은 시민들이라면 이번 주말 가족과 함께 꼭 가보시길 바란다.
윤건모 수원시 팔달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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