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화담불교교양대학, 日다문화가정 주부 바리스타 교육 함께 커피 만들며 타지생활 외로움 나누는 ‘소통의 시간’
수요일 아침, 화담불교교양대학에는 커피를 내리는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삼삼오오 테이블에 둘러앉은 30~50대 아줌마들은 바리스타의 말 한마디조차 놓치지 않으려는듯 귀를 쫑끗 세웠다.
커피 머신기 앞에 선 수강생들은 바리스타의 지도에 따라 에스프레소 추출에 성공하자 모두들 박수와 환호성을 지르며 즐거워했다. 직접 커피를 내리다 보면 어느새 바리스타가 돼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어 수강생들은 저마다 자신이 내린 커피를 음미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자연스럽게 삶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이어간다.
양주엔 일본서 한국으로 결혼이민온 일본인 다문화가정이 40여가족에 이른다. 이 중 10여명이 매주 수요일 화담불교교양대학이 개설한 바리스타 교육을 수강하고 있다.
이들이 가장 힘든 것은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외롭다는 점이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 준 이가 자신과 같은 처지의 다문화가정 업무를 담당하는 양주시 가정복지과 여성가족팀의 와타나베씨(49·여)다.
와타나베씨는 “이주 여성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강좌를 연결하게 됐다”며 “다문화 가정의 입장에서 좀 더 현실적인 대안과 공감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와타나베씨가 화담불교교양대학의 학장을 맡고 있는 관공 혜화스님과 인연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 혜화스님은 대화를 통해 자연스레 일본인 다문화가정을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했고, 자신이 운영하는 화담 불교교양대학의 작은 공간을 활용해 보자고 제안했다.
사찰이면 으레 은은한 향의 전통차를 떠올리기 쉽지만 다문화가정 주부들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은 바리스타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결국 지난 4월 개설한 3개월 과정의 바리스타 강좌가 인기를 끌면서 2기 과정은 일찌감치 마감됐다.
혜화스님은 “처음에는 종교문제로 사찰에서 수강하는 것을 꺼릴 것이라는 걱정도 됐지만 종교색을 없애고 대중화 된 커피 문화도 접할 수 있게 돼 여러 가지로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바리스타 교육은 전흥석씨(41)의 재능 기부로 이뤄졌다. 서울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전씨는 수요일마다 강의를 위해 가게문을 닫은 채 서울 암사동에서 한달음에 달려오는 열성파다. 전씨는 부드럽고 풍부한 향을 머금은 커피 내리는 비법을 전수하면서 연신 “잘했어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아 수강생들의 얼굴에 커피향처럼 웃음이 번지게 하고 있다.
양주=이종현기자 major0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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