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이념의 맹목성보다는 실천원리로

18세기 서구 유럽에서는 인간의 이성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는 긍정적 사고가 지배적이었고, 인간에게는 희망적인 미래가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19세기를 넘어서면서 인간의 이성은 좌절을 겪을 수밖에 없었고, 오히려 암울한 전망이 대두되었다. 자본가들의 부의 축적 이면에는 노동자들의 처참한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시기에 서구 사회를 지지하는 밑받침으로 자리잡았던 자본주의 사회에 대하여 그 결말이 절망적일 것이라는 마르크스의 예견은 매우 치명적이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공황이라는 심각한 후유증을 겪어야 했다.

이에 대한 반론으로 제기된 공산주의는 매우 신선하고 매력적이었으며, 이상적인 사회구조로 보였다. 그러나 제도로서의 공산주의는 현실에서 치유할 수 없는 결함을 갖고 있었고, 결국 1990년대 이후 동유럽국가의 패망으로 그 실패가 증명되었다.

공산주의 실패는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이념적으로 볼 때 자본주의 고도화의 실패와 인간상의 현실적인 오류를 지적하고 싶다. 간단한 예를 한 번 들어보자.

형제가 집에 돌아왔다. 뛰어들어온 형제는 냉장고를 열었다. 냉장고에는 고기와 아이스크림이 있었다. 동생은 고기를 먹고 싶어했다. 형은 동생에게 고기를 양보하고, 자신은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고기와 아이스크림을 충분히 먹을 수 있고, 냉장고에도 언제나 고기와 아이스크림이 저장되는 상황이라면, 형과 동생이 싸울 일은 없을 것이다.

공산주의 실패, 인간상의 현실적 오류

이러한 상태라면 생산수단의 사유화나 사유재산 문제는 그다지 대두되지 않을 수 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을 국가가 관리하고 소유한다고 해도 국민 개개인이 아무런 불만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민들이 필요한 재화를 언제나 충족할 정도의 부를 축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부족한 부의 상태에서 공산주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했을까. 국가에 대해 자신을 희생하는 가치관의 고양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형제가 땀을 흘리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냉장고에는 아이스크림이 하나 있을 뿐 텅 비어 있는 상황이었다. 형제는 자주 아이스크림을 먹을 기회조차 갖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동생은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한다. 이 경우 과연 형은 동생에게 아이스크림을 양보할 수 있을까. 만약 양보하지 않는다면 분쟁이 유발될 것이고, 안정된 사회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만약 형이 넓은 마음으로 동생에게 아무런 조건없이 양보를 한다면 형과 동생은 다툼이 없을 것이고, 평화롭고 안정된 사회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가치관 세뇌 통한 정치구조, 오래 못 가

이러한 이유로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국민들에게 그 전형적인 인간상을 강조하게 된다.

중국에서는 인민의 모델을 정하여 이를 맹목적으로 따라하도록 세뇌하고, 북한에서는 애국계몽주의 원리에 입각하여, 지도자를 맹신함으로써 자신을 희생하도록 강요한다. 폐쇄를 강조하게 되는 이유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가치관의 세뇌를 통한 정치구조는 오래갈 수 없었고, 결국 대부분의 국가에서 실패하고 말았다. 그렇게 보면 순수한 공산주의는 현실적으로 도래할 수 없는 이상적인 국가모델일지도 모르겠다.

이 재 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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