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찌는 더위에 ‘젖소부인 젖말랐네’

고온현상에 우유·계란 등 ‘생산 차질’ 사료값·전기료↑‘이중고’

“벌써부터 이렇게 더워서 소들이 맥을 못 추는데 한 여름에는 어쩌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21일 화성시 양감면의 한 젖소 농장. 40여마리의 젖소들이 타는 듯한 더위에 힘 없이 주저앉아 있었다.

축사 천장에는 30여대의 환풍 팬이 쉴새없이 돌아가고 있었지만 한낮 열기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더위를 먹은 소들은 건초를 코앞에 들이밀어도 고개만 연신 저어댈 뿐 도통 먹으려 들지 않았다.

농장주 조장찬씨(57)는 “소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매일 생산하는 우유의 양도 1t500㎏에서 1t100㎏까지 400㎏나 줄고 발정도 잘 되지 않아 큰일이다”며 “환풍시설을 가동하느라 전기료는 한달에 180만원이나 나오고 영양 보충을 위한 첨가제값도 만만치 않다”고 울상을 지었다.

인근 향남읍의 양계 농장도 때 이른 무더위에 비상이 걸렸다.

한창 생산량이 늘어나야 할 때이지만 오히려 산란율이 낮아지고 있다. 계란의 크기도 평소보다 작아지고 상품성이 떨어지는 옅은 색의 계란이 많아졌다.

이 곳에서 4만5천수의 닭을 관리하는 이경희씨(54·여)는 “환풍기를 틀고 계사에 물을 분사하고 영양제도 먹이면서 애를 쓰고 있다”며 “올해 가뜩이나 계란값도 안 좋은데 벌써부터 기온이 올라서 사료값도 안 나오게 생겼다”고 한숨지었다.

축종별 적정온도는 소 5~20도, 돼지 5~25도, 닭 16~24도 등이지만 이처럼 연일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는 고온현상이 예년보다 일찍 찾아와 사료값 등 생산비 상승으로 신음하는 축산농가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수원축협 관계자는 “축사 내부 온도가 임계온도를 넘어서면 생산성이 급격히 저하되고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이 발생할 위험도 커진다”며 “농가에서는 그늘막을 설치하고 철저히 환기를 하면서 비타민제와 소금을 급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구예리기자 yell@kyeonggi.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