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농촌에서는 논에 모내기가 끝나 녹색 들녘이 목가적인 풍경으로 다가올지 모르지만 농민들은 일손이 부족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 한시도 쉴 틈이 없는데 하늘마저 애를 태우고 있다. 최근 들어 때 이른 더위에 비가오지 않아 대지가 목이 말라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심어놓은 작물들이 가뭄피해로 올해 농사가 초반부터 걱정이 많다. 농사는 하늘이 제때 비를 내려 주고 적당한 햇빛과 온도가 맞아야 하는데 올해는 농사용 물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시기인 5월 이후 강수량이 평년에 비해 20%에도 미치지 않는 곳이 많다. 여기에 일부 지방에는 우박피해까지 발생해 농심을 또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요즘 유럽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모두가 경제침체를 우려하고 있지만 체질이 약한 우리 농촌과 농민은 더 고통 받고 시름이 더 깊어지게 마련이다. 지금 농촌사회를 들여다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직감할 수 있다. FTA 등 농산물시장 개방으로 인해 마땅한 대체 농업소득을 찾지 못한데다가 잦은 기상재해로 농가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경기도 농가소득이 2010년에 3천835만원에서 2011년 3천313만원으로 495만원이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겨울 전국을 공포에 떨게 했던 구제역과 농작물의 작황불량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러한 낮은 소득으로 농촌가계의 소득대비 소비지출을 나타내는 농가경제잉여도 적자를 나타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이것은 비단 경기도만의 문제가 아니고 2010년도 기준 도시근로자가구 대비 전국 농가소득은 67% 수준으로 그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는데다 미래의 농업환경도 매우 불확실한 실정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농가인구는 지난해 말로 300만 명 이하로 줄어 전체인구의 6%대로 감소되면서 고령화가 가속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65세 이상이 2010년에 24.7%에서 2011년에는 27.1%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반면 청장년층과 어린이 비율이 급격히 감소하여 농촌사회 붕괴가 우려되고 있다.
그동안 농업구조 조정을 거치면서 전문화되고 규모화 된 상위계층 농가의 소득은 도시가구를 상회하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영세소농과 고령화된 농가 등 취약계층은 농촌사회의 유지 발전이란 측면에서 관심을 가져야 하고 정책적 배려가 요구된다.
어떻게 보면 농가소득 증대와 농촌사회 안정은 구조적인 것으로 이를 개선한다는 것은 그동안의 농업정책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듯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우리농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한미 FTA 발효에 이은 중국과의 준비협상 개시는 마치 쓰나미와 같이 거센 파도가 밀려오는데도 취약계층에게는 별다른 대책이 없는 것이다. 어느 나라든 1차 산업인 농업이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 비해 비교열위에 있어 시장경쟁원리에 맡겨서는 적정한 농가소득을 유지할 수가 없다.
그에 앞서 농업은 생명창고, 한 나라의 기간산업으로서의 단순한 생산가치 보다 우선하기 때문에 일정수준의 보호유지 정책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농업은 우리 국민에게 양질의 먹을거리를 공급하는 기본적인 기능 외에도 공익적 가치나 사회적 가치는 경제적인 잣대로 가늠해서는 안 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라의 발전은 농업과 농촌이 늘 함께 있어야 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희망과 활력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 농촌은 우리 선대가 태어나고 평생을 흙과 함께 지내는 곳이고 또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누구나 마음의 고향이기에 우리 후세에게도 삶의 질이 향상된 농촌을 물려주어야 한다.
이번 주말에 가뭄으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농촌으로 일손 돕기를 떠나보자. 직접 영농체험을 통해 조금이나마 힘을 덜어주고 흙의 소중한 가치를 느끼며 단절되었던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
이해길 경기도농업기술원 선인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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