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소통(疏通)’이 세간의 화두로 많이 등장한다.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소통이 잘 안 되어 갈등이 심각하다고 걱정이 많다. 갈등지수가 OECD 국가들 가운데 네번째로 높다고 한다. IT 강국으로 인터넷, 스마트폰, SNS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대한민국이 아닌가? 실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 사건’을 생각해본다. 한 족속이 언어가 하나요, 말이 하나이며, 또 한 뜻을 가지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탑을 쌓아갈 때 그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여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함으로써 탑을 무너뜨렸다는 내용이다. 우리는 이 사건에서 언어가 소통의 중요한 수단이라는 것과 서로간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단일민족이며 한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자랑하며 강조해왔다. 소통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대간 계층간 등 소통이 잘 안된다고 아우성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바벨탑이 무너진 이유가 단지 언어를 혼잡하게 했기 때문일까? 뜻을 같이한 그들에게 언어를 혼잡하게 함으로써 ‘신뢰’가 무너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말에도 신뢰가 따라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고 우리가 걱정하고 있는 소통부재의 해결방법 중 하나로 많은 말보다 신뢰있는 말을 통하여 뜻을 같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하나 단일민족으로 민족주의가 강한 우리나라가 세계화 국제화시대가 되면서 외국인 근로자, 국제결혼 이민자, 유학생 등이 국내로 유입되어 지금은 다인종·다민족이 공존하는 다문화사회가 되었다. 다문화가정 100만 시대를 넘은지도 오래다.
그렇다면 다인종·다민족·다문화시대의 소통은 어떻게 해야할까? 한마디로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자세와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화이부동’은 공자가 ‘논어’ 자로(子路)편에서 “君子는 和而不同하고 小人은 同而不和하다”고 말한 데서 비롯된 사자성어이다. 군자와 소인을 비교하여 ‘군자는 남과 조화를 이루나 남과 같아지지는 않으며, 소인은 남과 같은 척 하지만 실제로는 남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뜻이다. 즉 ‘화이부동’은 평화와 공존을 의미한다.
우리에게 ‘다름’과 ‘틀림’에 대한 분별을 요구한다고 본다. 민족주의의 뿌리가 강하지만 누구나 인정해야하는 다문화시대에 있어서 우리와 문화가 틀린다고 생각하여 차별하며 같아지기를 강요하기보다는 ‘화이부동’의 자세로 문화가 다름을 인정·이해하고 배려하여 사회통합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문화가족들의 외침이다. “다름이 틀림이 아니다!”
정정순 사회통합위원회 경기지역협의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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