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진정한 ‘스마트 영상복지’를 위하여

만약 누군가가 최근에 본 한국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한다면 단연코 얼마 전에 본 ‘건축학개론’을 답할 것이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허리에 찬 삐삐를 발견한 순간 그 시절 아련한 추억에 빠져 나도 모르게 미소지었던 일이 떠오른다. 1990년대의 감성과 문화를 섬세하게 담아내며 3040세대에 큰 공감을 일으켰던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아마 다들 비슷한 향수에 빠졌을 것이다.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스마트하지 못했던 시대.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가 약 3천 만을 넘어서기 직전이라고 한다. 이제 출퇴근길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건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원하는 영화는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내 손안의 영화관이 있는 시대인 것이다. 만약 90년대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디바이스 없이 1분도 견디기 힘들 것이다.

세상이 스마트해진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경기도 인구 약 1천200만 명 중 스마트디바이스를 보유한 인구는 과연 몇 명일까? 우리나라 스마트폰 가입자 비율 약 50%를 고려할 때 약 600만 명이란 추산이 나온다. 단편적인 계산인 것은 분명하지만 나머지 600만 명은 아직 스마트한 세상과 떨어져 있다. 특히 소외계층에게 있어서 스마트 정보격차, 문화격차는 더욱 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공동으로 조사한 ‘2011년 정보격차지수 및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보소외계층이라 불리는 장애인, 저소득, 장노년, 농어민 등의 정보화 수준은 전체 국민의 72.4%이다. 정보격차지수를 산출한 원년인 2004년 45% 대비 현격하게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경기도민 총 인구 대비 27.6%인 약 330만명은 아직도 정보소외계층으로 존재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난 5월 14일 경기도가 경기영상위원회와 롯데시네마 등과 함께 포천 한센촌 장자마을 주민을 위한 개봉영화를 상영한 것은 스마트영상복지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상호간의 업무협약을 토대로 앞으로 도내 5개 한센마을(장자, 다온, 성생, 천성, 상록)에 월 1회씩 지속적으로 정기상영회를 개최한다.

국가균형발전 전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수도권은 타 지역에 비해 집중현상이 존재한다. 하지만, 경기도 지역에는 6월 중 광주시에 영화관이 생기는 것을 감안해도 아직까지 연천군, 가평군, 하남시 등 총 6개 시·군이 영화관이 없는 실정이다. 경기도가 경기영상위원회와 함께 도내 문화소외지역에 찾아가는 영화상영회 및 외국인 주민을 위한 우수영상물 외국어 자막 상영지원 사업,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등 다양한 영상문화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얼마 전 폐막한 서울디지털포럼의 올해 주제를 생각해보자. 매년 디지털 시대의 미래비전과 전망을 제시하는 국제행사에서 세계 유수의 저명인사들이 우리에게 던진 화두는 ‘공존’의 가치였다.

이러한 일련의 사업들이 영화, 영상이란 콘텐츠를 통해 상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서로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공존’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이것이 스마트한 세상에 진정한 스마트 영상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길이 아닐까.

김 나 윤 경기도청 문화산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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