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디지털 유산, 안전한가?

현대는 인류가 생산하는 지식과 예술의 표현물 등 모든 자료들이 디지털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 오늘은 그렇게 디지털화된 자료들의 보존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정보화 시대를 사는 현대는 개인의 일기나 편지, 공문서, 연구논문, 영화나 음악, 사진을 비롯한 자료들을 컴퓨터에 저장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새로운 지식과 예술작품도 디지털로 생산·유통되고 있으며, 기존의 물리적 자료들도 디지털화하며 없애버리는 작업을 아무렇지 않게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형태로 존재하는 것은 종이 같은 물리적 형태가 아니기에 계속해서 갖고 있기가 어렵다.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자료를 한 순간에 날려버리는 경우를 한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개인의 경우에서부터 단체, 기관 등 지금처럼 모든 자료를 디지털화하면서 기존의 자료를 불필요하다고 여겨 없애 버리다보면 미래의 어느 날 그렇게 간편하다고 생각되는 문명의 이기가 한편으로 문명의 재앙이 될 수도 있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등장하게 된 ‘디지털 유산’은 컴퓨터를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진 자료로서 미래세대를 위해 보존해야 할 만한 지속적 가치를 갖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의 직장인의 경우 가정과 직장에서 각각 컴퓨터를 사용하고, 이동용 노트북도 사용할 수 있다. 새로운 기종이 나올 때마다 컴퓨터를 바꾸면서 많은 자료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렇게 사라진 자료는 당장은 필요 없을 수 있지만 나중에 어느 순간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어도 소용없으며, 현재 많은 자료들이 그렇게 사라지고 있다.

디지털 유산 보존의 필요성과 그에 따른 투자가 시급한 이유로, 우선 갈수록 많은 문화유산이 디지털 형태로 생산되고 있다. 또한 이 생산물 중 많은 수가 디지털 형태로만 생산되는 자원으로서 종이 등 다른 형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장기적 보존을 염두에 두지 않고 디지털화한 유산의 양이 날로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에 대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아무런 경고 없이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이런 유산들이 변경되거나 소멸할 수 있다.

디지털 유산의 보존은 영원성을 염두에 두고 해야 할 일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디지털 정보의 한계와 보존 문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대표적인 국제기구인 유네스코는 2001년 10월, ‘디지털 유산 보존에 관한 결의안’을 채택하고 디지털 유산 보존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요사이 ‘우리가 사는 또 다른 세상’을 다루는 ‘유령’이라는 TV드라마가 방송되고 있다. 사이버 세계의 놀라움을 느끼게 한다.

정상종 한국문화원연합회 경기도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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