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은 단순한 소리 아닌 우리 恨과 애잔함 결정체”

안숙선 명창, 양평서 창조아카데미 공연 최경학 시인과 맺은 소중한 인연 공개 ‘눈길’

“얼마 전 살 집을 지으려고 땅을 알아 보러 내려왔는데, 농사를 지으면서 시를 쓰시는 여성께서 꿀에 꽂감을 넣은 차(茶)를 내어주시는데 그 맛을 아직까지 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양평과 ‘소중한’ 인연을 맺게 됐지요.”

안숙선 명창(63·여)이 지난 15일 양평군 양평읍 양근리 양평군민회관에서 열린 제127회 창조아카데미에서 양평을 찾은 까닭에 대해 이처럼 설명했다.

국악분야에서 국보급인 안 명창은 그렇게 알게 된 최경학 시인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읊은 작품 ‘노을’을 수제자인 천주미 고수(鼓手)의 장단에 맞춰 판소리 형식으로 낭랑하게 들려줬다.

“아라리 아라리 아리리요/ 아라리 아라리 아라리요/ 붉은 눈시울로 굽어 보는….”

그의 목소리는 창공을 가르는 보라매가 되어 힘차게 솟구치는가 하면, 들녘을 질주하는 표범처럼 표효하기도 했으며, 골짜기를 흘러 내리는 물살처럼 고즈녁하게 속삭이기도 했다.

“(최 시인의 시를) 아직 다 외우지 못해 죄송하다”며 시작된 무대였지만, 안 명창의 애절하고도 안타까운 목소리에 500여명의 관중석 곳곳에서 “얼쑤”하는 추임새가 터져 나왔다.

안 명창은 관중석에 앉아있던 최 시인을 무대로 불러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공연 중간, 국악에 입문한 과정 등에 대해 “판소리 인간문화재인 외삼촌, 태평무 인간문화재인 이모 등으로 어려서부터 국악에 눈을 뜨게 됐다”며 “국악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한과 우리 산하의 애잔함 등이 녹여져 있는 모든 소리들의 어울림으로, 판소리를 하려면 온 몸의 기(氣)를 참기름 짜듯 혼신의 힘을 다해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명창은 1시간 동안의 짧은 공연에 아쉬워하는 관중들에게 판소리 다섯마당 가운데 ‘흥보가’를 들려주고 무대를 떠났다.

가야금 산조 및 병창 예능 등으로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인 안 명창은 지난 1999년 ‘수궁가’, 지난 2000년 ‘적벽가’, 지난 2001년 ‘심청가’, 지난 2003년 ‘흥보가’, 지난 2005년 ‘적벽가’ 등 판소리 다섯마당을 완창했으며 국내는 물론 아시아, 북남미, 유럽 등 주요 도시들을 순회하면서 한국의 소리를 전파하고 있다.

양평=허행윤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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