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무엇을 남길 것인가

미켈란젤로가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그린 천장화는 가로 40.23m, 세로 13.41m의 천장을 가득 메운 장대한 걸작이다. 그는 이 그림 이외에도 수많은 그림, 조각, 건축물 등을 후세에 남겼다. 시스티나 성당은 이 그림을 보기 위해 세계 도처에서 모여든 관광객들로 항시 만원을 이루고 있고, 모두가 목이 아프도록 천장을 쳐다보면서 찬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나는 이 천장화를 보면서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그는 이미 죽은지 400여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우리 사이에 살아 있고 앞으로도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 아닌가. 사람은 기껏 오래 살아야 100년을 사는 존재이고 무(無)에서 왔다가 무로 다시 돌아가는 것. 그러기에 인생에서 진정으로 의미있는 것은 후세에 무엇인가 남기는 것이 아니겠는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고 하듯이 미술ㆍ음악 등 예술 분야와 시·소설 등 문학 분야가 무언가 남기는 데는 유리하다. 자연과학, 사회과학 등 학문 분야도 역사에 남을 발견, 발명과 저술을 남길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분야 이외에도 우리는 각자 자기 분야에서 무언가 남길 수 있다.

제품을 생산하는 사업가들은 견실한 제품을 만들어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고 풍족하게 해준다. 잡다하게 많은 제품을 만들기보다는 하나라도 회사의 사운을 걸고 좋은 제품을 내 놓아야 회사도 살고 그 제품의 명성도 남길 수 있다.

 

곰탕집 등 조그마한 식당을 하더라도 같은 장소에서 한두 가지 음식을 가지고 대대로 대를 이어 영업을 하는 경우를 본다. 이분들은 그 집에만 독특한 비전(秘傳)을 계승하면서 정성을 다해 손님을 대함으로써 우리에게 항상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흐뭇한 기대감과 함께 그 집 주인의 따뜻한 인정을 남겨주고 있다.

이렇듯이 우리는 각자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정성을 기울임으로써 무언가 남길 수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더라도 부동산 투기 등으로 떼돈 벌어 한평생 편하게 살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돈이라는 것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도만 있으면 되는 것. 돈의 노예가 되기보다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여 남에게 존경 받고 좋은 인상을 남기고 가는 게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우리 사회 전체로 볼 때에도 후대에게 물질적 풍요를 남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건전한 정신과 여운 있는 문화적 전통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인경석 경기복지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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