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며 사는 것에 지친 많은 사람들이 ‘느림의 미학’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슬로시티(slowcity), 슬로푸드(slowfood) 등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느린 시간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특히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등지로의 걷기여행은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그래서인지 각 지역마다 걷기 좋은 길을 조성하고 있고, 굳이 멀리 가지 않더라도 자연을 벗삼아 산책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원도봉산, 수락산을 비롯하여 천보산, 사패산, 중랑천, 백석천 등 산과 하천이 어우러진 빼어난 경관을 갖고 있는 우리 의정부시에도 ‘소풍길’을 조성하였다. 2011년 행정안전부가 공모한 친환경 생활공간 조성사업으로 선정되어 총사업비 10억원의 50%를 국비로 지원받아 추진한 사업으로 최근 소풍길 탐방객이 급증하고 있어 내심 마음이 즐겁다.
큰 계획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소풍길을 천천히 걷다보면 평소 지나치던 정겨운 풍광과 그동안 미처 살펴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장면들이 자주 눈에 띈다. 소박하지만 생명력있는 자연과 마주하며 새삼 감탄하게 되고, 걷는 호흡에 집중하면 어느새 복잡했던 상념도 사라져 모든 생각이 정리되는 듯 하다. 이래서 도보여행을 치유여행이라고 하는 가 보다.
요즘은 몸도 몸이지만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많은데 이렇게 걸으며 마음을 비워내면 제대로된 ‘나’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좀 더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갈수록 세상이 험악해진다고들 하지만 자만심이 아닌 스스로의 자존감을 깨우칠수록 세상은 좀 더 살만해 지리라. 자연과 함께 천천히 걷는 것은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는 일이기도 하지만 지금 시대에서 잘 살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현대는 산업화ㆍ정보화시대를 넘어서면서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로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이다.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곧 ‘삶’이므로 매사에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삶에 대한 관심과 통찰을 갖는 시간이 있어야만 모두가 인정하는 좋은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것이다.
녹록치 않은 현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조그마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인근의 좋은 길들을 많은 사람들이 걸었으면 좋겠다. 혼자만으로도 의미 있고 여럿이 함께하면 더욱 즐거운 이 길을. 故 천상병 시인의 말씀처럼 아름다운 이 세상 제대로 소풍할 수 있도록 말이다.
안병용 의정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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