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이 고서(古書)를 토대로 1년 여에 걸친 발굴작업 끝에 찾아낸 동계팔경이 외부의 무관심과 보존대책 미비로 갈수록 훼손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7일 양평군과 양동농협에 따르면 동계팔경은 조선시대 4대 문장가인 택당(澤堂) 이식(李植) 선생(1584~1647)의 저서인 ‘계산기(啓山記)’에 기록된 경치 좋은 8곳을 일컬는다. 현재는 349번 국지도 주변에 그 흔적이 남아있으며, 학계에는 아직 정식으로 보고되지 않아 학술적인 보존가치도 높다.
제1경은 조적대(釣寂臺), 제2경은 부연(釜淵), 제3경은 건지산(騫芝山), 제4경은 송석정(松石亭), 제5경은 양계합류처(兩溪合流處), 제6경은 조봉석벽(쏘다지기), 제7경은 승담(僧潭), 제8경은 구암(鳩巖) 등이다.
이 가운데 제1경부터 제5경 양계합류처까지는 양평군 양동면 석곡리, 제6경부터 제8경까지는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판대리 섬강 주변에 위치하고 있다.
동계팔경은 이복재 양동농협조합장(61)이 지난 2008~2009년 1년 동안 택당 이식 선생의 ‘계산기’를 토대로 발굴작업을 진행한 끝에 알려졌다. 그러나 동계팔경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탓에 과거의 모습은 대부분 사라지고 갈수록 훼손되고 있어 보전 및 복원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보존상태가 가장 양호한 조봉석벽도 인근에 인삼밭이 조성돼 있는데다 높이 20m에 이르는 낭떨어지 형태의 화강암도 풍화작용으로 갈수록 마모되고 있다.
이복재 조합장은 “건지산이나 조봉석벽, 승담, 구암 등은 자연형태여서 보존이 가능하겠지만, 송석정을 제외한 나머지 곳들은 사실상 400여년 전 형태로 복원하기는 어려운 상태”라며 “송석정은 사유지인 논을 매입하고 석곡천에서 시냇물을 끌어 오면 복원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양평군 관계자는 “이복재 조합장이 지난 2008~2009년 택당 이식 선생의 저서를 토대로 동계팔경 위치를 확인한 것 이외에는 아직 진전된 사항이 없다”며 “인근 지자체인 강원도 원주시와 협의, 보전 및 복원대책을 마련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양평=허행윤기자 heohy@kyeonggi.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