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대학이나 학계 안에 국한되었던 논문 표절과 학위 문제가 최근 세상 밖으로 터져 나오면서 갑자기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논문의 표절이나 연구윤리 문제가 이처럼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된 배경은 그것이 본래의 영역인 대학이나 학계를 벗어나 정치나 경제 논리와 뒤엉키면서 복잡한 양상으로 변질됐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황우석 박사의 사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1999년 복제 암송아지 ‘진이’를 탄생시키면서 동물복제 연구의 세계적인 인물로 주목받기 시작한 황우석 박사가 5년 뒤인 2004년 2월 미국 사이언스(Science)지 인터넷 속보에서 세계 최초로 사람의 난자를 이용해 체세포를 복제하고, 이로부터 배아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하면서 난치병 세포치료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와 함께 인간복제의 윤리적 문제가 제기되었다.
그 후 이를 둘러싼 논쟁은 2년 가까이 학계와 대학은 물론 국내외 언론, 정부 기관으로까지 확산되면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그런 가운데 황우석 교수는 2006년 1월 기자회견을 갖고 논문 조작, 연구원의 난자제공 및 금전제공에 대해 모두 사과하였으나 줄기세포를 바꿔치기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그 해 5월 검찰은 황 박사 등 6명에 대해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실용화 가능성을 과장해 농협과 SK로부터 20억 원의 연구비를 받아내고 정부지원 연구비 등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업무상 횡령)와 난자 불법매매 혐의(생명윤리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하였고, 3년 후인 2009년 10월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의 선고가 내려졌다. 다만 서울대학교 총장을 상대로 한 황 박사 측의 파면처분취소 청구소송에 대하여 서울 고법은 2011년 11월 ‘파면은 비례원칙을 위반했거나 재량권을 벗어났다’며 1심을 깨고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표절,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행위
위의 황우석 교수의 경우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논문 표절, 학위취소 문제는 완전히 동일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줄기세포 바꿔치기를 통한 논문의 의도적 조작과 논문 베끼기, 생명윤리법 위반과 가짜 논문으로 취득한 학위를 정치적 목적에 이용한 파렴치한 행위는 결국 인간의 양심인 연구윤리의 문제로 귀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의 학문 분야는 과거와 달리 다양하고 복잡한 모습으로 분화하였지만 분명한 것은 모든 학문연구의 결과는 논문이며, 논문은 자신의 연구과정과 결과 일체를 자신의 책임 하에 세상에 공표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논문 속에는 새로운 원리나 주장은 물론 선행 연구에 대한 견해와 비판이 분명하게 드러나야만 한다.
이를 위해 연구자는 국내외 관련 연구들을 빠짐없이 찾아 읽고, 분석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타인의 연구에 대한 언급이나 인용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반드시 그 전거를 밝혀야 한다. 만일의 경우 타인의 논문을 인용한 사실을 밝히지 않고 위장, 은폐한다면 그것은 남의 물건을 훔치는 절도행위나 마찬가지이므로 당연히 형사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
대학, 연구윤리 교과목 강화해야
우리 학계의 컴퓨터를 이용한 논문 작성의 역사는 20여 년에 불과하다. 1980년대 이전에는 원고지에 직접 펜으로 글자를 써야했기 때문에 표절과 같은 사례는 드물었다. 하지만 요즘은 누구나 쉽게 원하는 자료와 논문을 가져다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주저없이 남의 것을 자신의 것으로 속이는 행위도 늘어나고 있다.
연구윤리의 강조와 제고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대학과 대학원의 연구윤리 관련 교과목을 개편, 확대하여 철저한 교육과 훈련이 이루어지기를 강력히 제안한다. 차제에 남의 논문이나 연구를 의도적으로 조작하거나 불법, 편법으로 날조한 행위는 절대로 용인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일깨워주어야 할 것이다.
박옥걸 아주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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