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모순

모순은 이치상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음을 이르는 말이다. 중국 초나라의 상인이 창과 방패를 팔면서 창은 어떤 방패로도 막지 못하는 창이라 하고 방패는 어떤 창으로도 뚫지 못하는 방패라 하여, 앞뒤가 맞지 않은 말을 하였다는 데서 유래됐다.

논리적, 철학적, 사회적 테두리 등에서 양산되는 다양한 형태의 모순들이 주위에 늘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에는 긍정적으로 이해되어 용서될 수도 있는 반면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것들이 있으니 그것들을 바로 비극이라 일컫으며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들이다.

나는 얼마전 ‘쉰들러 리스트’와 ‘안네의 일기’의 무대가 된 폴란드의 ‘아우슈비치 Auschwitz’ 죽음의 수용소에 방문한 적이 있다. 수용소 정문에 ‘일하면 자유로워 진다’라는 뜻의 ‘ARBETT MACHT FREL’라는 강압적인 문구를 붙혀 놓고 이 곳으로 끌고 온 사람 70~80%를 도착과 동시에 학살하여 200여만명의 유태인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갔다고 한다. 죽도록 일해서 자유로울 기회조차 부여하지 않은 나치의 잔인하고도 야만적인 만행이 얼마나 모순적 선동이며 행동인가!

과연 모순과 함께하는 인간의 이 무서운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를 생각하면서 무거운 여운을 오래도록 지울 수가 없다. 현실 속에서 우리의 지도자들도 모순에 모순을 낳는 실망스러움으로 세상을 슬프게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얼마전 올림픽 영웅, IOC위원, 교수 직책등을 동시에 등에 업고 감동의 인간승리자로 선정되어 정당의 공천을 받고 스포츠 정신을 외치며 국회의원에 당선된 정치인의 박사 논문표절이 그렇다. 모든 것이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억울함을 호소하며 발뺌을 하는 정의롭지 못한 모순된 행동은 모든 국민들을 분노케 하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김문수 지사님! 지난 선거 때 ‘임기 중 경기도지사일 뒷전에 놓고 대통령을 하겠다’는 공약을 했다면 어찌 지금의 위치에 서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는 한술 더 떠서 도민께 사죄하며 모든 것을 털고 이제 다른 길을 가겠노라가 아니라, 경기도지사직을 유지하면서 대통령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하겠다고 하니 모순에 모순을 낳고 있는 형국이다.

지사의 행동은 중국 초나라 상인 입에서 나오는 삶의 냄새가 짙은 단순함을 띄고 있는 것이 아니라 도민들에게 엄청난 혼돈을 야기하고 있으며 여기에 나온 피해 또한 경기도민의 몫일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 가족이 삶 속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은 내가 술을 마시고 인사불성 되어 늦게 귀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행동을 너무 자주해서 아내와 아이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있으니 입버릇처럼 “사랑해” 하는 내 말에 분명 모순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절제를 약속해야 한다.

김경표 경기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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