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어른의 아버지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면 내 마음은 뛰논다. 나 어려서 그러했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러하니, 나 늙어서도 그러 하리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바라건대, 내 생애의 하루하루를 그렇게 경건한 마음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이 시(詩)는 18세기 영국의 계관시인 윌리암 워즈워드의 ‘무지개’ 라는 시이다. 풋풋한 추억이 있는 나의 어린 시절과 우리들 청소년기를 떠오르게 하는 참 좋은 시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 라는 글귀는 ‘어린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는 또 다른 명언을 떠올리게 한다.

어린이는 문명과 언어에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몸과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리라. 모든 관습과 편견에서 자유로운 어린이의 상상력은 어른에게는 부족한 것이며 배울만한 것이기 때문이리라. ‘자연’ 그 자체인 어린이들로부터 이미 세상에 물들어버린 어른들이 깨닫고 배우라는 뜻이리라.

‘어린이들은 모두가 예술가이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예술성을 잃지 않고 성장하느냐에 있다’ 라고 피카소는 말했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이 어디 그런가? 우리 어린이들의 타고난 예술성과 창의성을 결국은 잃어버리게 하는 경쟁교육이 아니던가. 우리 어린이들은 행복한가? 매년 방정환 재단은 초등학생을 포함한 청소년 5천여명을 대상으로 행복지수를 조사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어린이,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는 3년 연속(2009-2011) OECD 국가 중 꼴찌다. 2010년 조사에 따르면 ‘삶에 만족한다’는 대답은 겨우 50%를 넘어섰고, 이는 OECD 22개국 중 가장 낮은 수치였다.

학습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이들

많은 전문가들은 학습 스트레스를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과도한 학습시간과 입시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아이로부터 행복할 자유를 빼앗는다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들 역시 행복하지 않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공부 열심히 해라. 왜요? 좋은 대학 가야지. 좋은 대학 가면 뭐가 좋은데요? 좋은 직장 얻어서 돈 많이 벌어야지. 돈 많이 벌면 좋은가요? 그럼 물론이지. 돈이 최고란다.’ ‘공부=돈’ 이 되어 가는 세상은 어른들이 만들어가는 지도 모른다.

공부하는 이유가 배움에서 오는 순수한 즐거움, 잠재력의 발견 자아 실현 등이 아니라 사회적 성공을 위한 발판이어야 한다는 것을 과연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행복의 의미를 잘 모르는 어른들이 앞장서서 교육의 본질을 왜곡시키고, 결국 학교의 의미를 퇴색시켜버린 건 아닐까?

행복한 꿈 키워나갈 학교 만들자

학생, 부모, 교사 모두가 학교의 위기를 말하지만, 그 위기를 어디서부터 타계해야 할지 선뜻 답을 제시할 수 있는 쪽은 없다. 학생-부모-교사(학교)로 이루어진 트라이앵글. 한 쪽만을 탓하다간 해결점을 찾기는 커녕 제자리걸음만 할 지도 모른다. 가장 이상적인 그림은 학교(교사)가 공교육의 주체가 되고, 가정(부모)은 공교육을 떠받치는 든든한 토대가 되는 것이다. 올바른 토양 속에 아이가 학교와 부모를 신뢰하고 더불어 자신의 꿈을 키워 나간다면, 학교의 위기는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꿈을 키워 나갈 수 있는 학교’ 이것이 바로 우리의 목표다.

‘어린이에게는 마음껏 놀고 공부할 수 있는 시설과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어린이는 일이 몸과 마음에 짐이 되지 않아야 한다.’ 어린이 날을 맞이하며 다시금 어린이 헌장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는 것은 어린이 교육에 대한 어른들의 성찰이 필요한 이유이다.

어린이가 행복해야 어른도 행복하다. 어린이가 행복해야 우리 모두의 미래도 행복하다. 그러기에 어린이 날은 하루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일년 365일 모두여야 하지 어디 하루만으로 되겠는가?

이청연 인천광역시 자원봉사센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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