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이경희 경기도어린이박물관 관장

"올해 72만명 관람 목표… 아이들 행복하게 자라길"

경기도어린이박물관에서는 매일매일 행복한 비명소리가 흘러나온다. 박물관을 찾은 어린이들의 끊이지 않는 깔깔거림은 기본이고, 지난 9월 문을 연 이래 넘쳐나는 관람객들을 맞느라 분주한 박물관 직원들의 웃음보 터지는 소리가 더해져서다. 물론 그동안의 인기가 ‘국내 최대이자 최초의 독립형 어린이 전용 박물관’이라는 개관 효과에 따른 일시적 쏠림현상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경희 관장이 최근 박물관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한다.

지난 5일 경기도어린이박물관에서 만난 이 관장은 “박물관을 대표하는 전시 콘텐츠를 새로 개발하고 야외와 실내 전시물을 보강해 5월 5일 어린이날에 맞춰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라며 “올해 72만명 관람객을 유치해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을 세계 60위권 박물관으로 올려놓겠다”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개관 두 달도 안 돼 1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인기 비결은 뭔가.

우선 전시의 다양성과 규모가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밖에서부터 알록달록한 강익중 선생님의 예술작품이 어린이박물관임을 알려주어 사람들을 들뜨게 하고, 곳곳에 있는 미술작품도 부모들의 관심사다. 한쪽 벽을 풍선으로 구성한 양주혜 선생님의 작품은 풍선이라는 소재가 주는 파티분위기로 인해 가족나들이의 기분을 상승시켜 그곳에서 사진을 찍는 가족들을 왕왕 볼 수 있다.

입장료가 다른 아동시설에 비해 상당히 저렴하다는 것도 부모들에겐 매력적인 요소다. 경기도민이면 50% 할인된 2천원만 내고도 하루종일 놀다갈 수 있으니, 그보다 신나는 일이 어디 있겠나. 와 보면 알거다.

-관람객이 많다보니 주차가 원활하지 않다는 불만의 소리가 크다. 인근 주민들의 항의도 잇따른다 들었다.

근본적인 주차공간 확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예산이 뒤따라야 할 문제이기에 지금으로서는 무엇이라 답변하기 어렵다. 어린이박물관 주차장을 비롯해 인근 주차장 4곳을 추가로 사용하고 있고, 백남준 주차장 주변에서는 주말에 셔틀버스까지 운영하며 관람객들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어린이박물관은 시간별 예매제로 입장하고 있는데, 요즘은 관람객들에게 이점이 널리 공유돼 일찍 와서 기다리는 분들이 줄어들면서 주차장 사정이 초기보다 많이 안정화 됐다. 주민들도 불편을 최소화 하기 위한 박물관측의 노력을 점점 봐주시는 것 같다.

  -많은 인파가 몰리다 보니 이용에 혼란을 겼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제대로 즐기기 위한 방법을 소개해달라.

사전에 홈페이지를 꼼꼼히 살펴본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홈페이지에 박물관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방법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사전예매는 주말의 경우 필수항목이다. 또한, 36개월 미만의 아이들과 경기도민의 경우 증빙자료를 제출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프로그램표를 찾아 그날의 교육프로그램을 확인하면 무료로 진행되는 소수를 위한 알찬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연령별 전시 안내지를 미리 볼 수 있다. 전시장별 전시물 설명서인 활동지를 미리 출력해 가져오면 더욱 효과적인 학습이 될 수 있다.

-세계 100대 박물관, 60~70위권 진입, 관람객 70만명 유치 등 2012년 목표가 화려하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은 그려졌나.

세계 100대 박물관은 영국에 본사를 둔 박물관 분야의 국제 권위지 ‘The Art Newspaper’가 관람객 수를 기준으로 선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9위, 국립경주박물관이 22위, 국립공주박물관이 91위에 링크돼 있을 뿐 도내 박물관 중에는 전무한 상태다.

흥미로운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자연스레 관람객들은 몰려올 것이다. 올해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전시와 각종 신나는 프로그램들이라면 자신이 있다. 오전에 영유아를 대상으로 4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영유아프로그램’은 이미 부모와 어린 아이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일주일에 2회 다른 활동이 진행되는데, 두번 다 참여하겠다는 부모들도 있다. 특히 주말에 진행되는 각종 공연과 교육실 프로그램이 가족나들이 장소로 매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반년이 지났다. 개관 당시 콘텐츠에서 변화는 없나.

사실 그간 40만명 안팎의 관람객이 다녀가면서, 고장 난 전시물을 유지보수하는 것만도 힘들었다. 새로운 전시를 선보이기엔 이른 감이 있었는데, 이제부터 그동안 기획했던 전시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1층에 대형 ‘오르기 놀이구조물(climbing structure)’을 설치할 예정이다. 아이들이 위를 향해 계속 기어오르면서 긴장감을 만끽할 수 있는 놀이구조물이다. 또한, 박물관 로비입구에 키네틱아티스트인 최문석 선생님의 작품을 체험형으로 만들어 아이들과의 교감이 일어날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다. 1층의 모습을 확 바꾸어 아이들과 가족의 달인 5월을 풍성하게 하려 한다. 또 3층 전시실을 수정보완해 아이들이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를 좀 더 아이의 눈높이에서 알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기획전시도 바꿀 때가 된 것 같은데.

어린이날에 맞춰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화 주인공인 ‘피노키오’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다. 전 세계에 알려진 피노키오 동화가 각 나라별로 어떻게 출간되었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피노키오 동화책 전시가 중심이다. 또한, 피노키오 모양의 각종 인형 즉, 마리오네트 인형, 헝겊인형, 나무인형 등 인형 종류와 오디오로 제작된 LP판, 영화와 영화포스터, 피노키오 캐릭터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 등 가치가 있는 피노키오콜렉션과 약간의 체험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어린이날, 박물관을 찾아온 아이들을 위한 특별행사도 있나.

작은 꽃이나 강낭콩싹 등을 아이들에게 나눠줘 집에서 기른 후 다시 박물관으로 가지고 오도록 하고, 이들을 모아 꽃밭을 꾸며보는 이벤트를 벌이고자 한다. 이런 이벤트는 박물관의 최근 추세인 집과 박물관을 연결하는 작업 중 하나로, 박물관을 가깝게 느낄 수 있게 하고 박물관을 다시 방문케 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현재 경기도내 공립 박물관·미술관은 연중무휴에 야간 연장 개장을 시행하고 있다. 어린이박물관의 특성상 어려운 점도 있어보인다.

거의 모든 전시들이 체험전시로 이뤄져 전시물 고장이 잦은 편이다. 게다가 대부분이 장시간 수리해야 하는 것들이다. 그동안은 개관 초기라 연중무휴로 운영해왔는데, 3월부터는 한 달에 하루씩 정기점검일로 정해 매월 마지막 월요일에 휴관하게 됐다. 전시보수, 도색 및 청소 때문에 휴관은 불가피하다. 연장개장도 어린 아이들이 다음날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야 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방학 아니고서야 개관시간을 좀 줄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동학 박사학위를 받고, 홀트아동복지회 상담원으로 시작해 동남보건대학 유아교육과 교수, 삼성문화센터 어린이나라 실장, 삼성어린이박물관 부관장을 거쳤다. 평생을 어린이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어린이에 대한 생각 역시 남다를 것 같다.

어린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주기를 바라고 아이들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지 고려해야 할 점은 아이의 건강과 행복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을 손상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소한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행복과 같은 평행선상에 있어야 한다. 그것은 결국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있는 아이여야 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초대 박물관장이라는 자부심도 크지만, 그에 따른 책임감도 무거울 거다.

가끔 블로그를 보면 ‘이제 서울 사는 친구 안 부럽다. 경기도 주민인 게 자랑스럽다’는 등의 이야기가 올려져 있다. 관장으로서 어깨가 으쓱해진다.

바람이 있다면, 국가에서 운영되는 기관은 처음에는 요란하지만, 세월이 지나면 재투자가 되지 않아 유령 같은 모습이 되어 결국 관람객들에게 외면당하는 곳이 많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시작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다. 특별히 체험전시가 많은 어린이박물관은 재투자되지 않으면 어떤 기관보다도 더 빨리 인기가 추락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정말 우리가 아이들에게 투자하는 것을 아낀다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인식해서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이 롱런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대담=박정임 문화부장 정리=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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