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이만수 SK 와이번스 감독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 … SK다운 모습 보여주겠다"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선수들과 함께 뛰겠습니다.”

비룡 군단의 총 지휘자 이만수 SK 와이번스 감독. 지난 7일 KIA 타이거즈와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올 시즌 우승, V4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 감독에겐 SK 감독으로 정식 승격 이후 맡는 첫 시즌이다.

이 감독은 “담담한 마음으로 첫 시즌을 잘 준비하기 위해 선수들과 땀을 흘려왔다”면서 “시범경기를 통해 전력을 최상으로 끌어올린 만큼, 정규시즌에서 SK다운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감독과의 일문일답.

-개막전을 승리했는데, 어땠나.

▲첫 승리지만 조금 아쉽다. 마리오에게 7회까지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제구력이 안 돼서 힘들었다. 시범경기에선 등판하지 않고 2군 연습경기에만 나오고 나서 곧바로 정규시즌에 들어온 엄정욱도 애초 2이닝에 30개 공을 예정했는데 제구가 안 돼 일찍 내렸다. 투수진 운영은 당분간 엄정욱은 중간 계투로, 정우람은 마무리로 기용할 생각이다.

특히 4사구를 9개나 줬다는 것에 큰 문제가 있다. 심각하다. 안타는 6개밖에 내주지 않았지만, 마리오가 볼넷을 4개, 임경완이 사구 2개, 엄정욱이 볼넷 3개를 내줬다.

하지만 4번 안치용이 승리에 발판이 되는 타점을 올려줘서 승리할 수 있었다. 안치용이 안쳤으면 이기기 어려웠을 것이다.

-개막전에 대한 부담이 좀 있었나.

▲올 시즌 전망을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많이 들었다. 주전들의 부상과 FA로 인한 대거 이탈해 문제가 커 보였지만 재활 중인 김광현 송은범 박경완이 시즌 중에 돌아온다면 전력이 급상승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개막전에서 보니 한번 잡은 찬스를 놓치지 않는 타선의 집중력을 선수들이 갖고 있고, 마운드로 마리오가 제 역할을 했고 불펜도 깔끔하게 처리했다.

선수시절에는 매년 개막전 때 정말 떨렸다. 그 강도가 한국시리즈 같아서 개막전을 하고 나면 마치 10경기는 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 개막전엔 오히려 편하다. 작년에 그렇게 마음고생을 해서 그런 것 같다.

선수들에게 개막전은 133경기 중 한 경기일 뿐이고, 모든 경기에서 다 이긴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라고 전했다. 좀 황당했겠지만 그렇게 말해야 선수들이 긴장을 조금이나마 덜할 것으로 생각했다.

-시범경기를 1위로 마무리했는데. 올 시즌도 기대해도 되나.

▲창단 후 세 번째 시범경기 우승이다. 공교롭게도 세 차례 모두 신임 감독이 부임한 첫해였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또 2003년 조범현 전 감독과 2007년 김성근 전 감독은 당시 SK를 한국시리즈까지 끌어올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비록 2003년에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놓쳤지만, 과거의 선례를 보면 올 시즌 좋은 징조다.

타선과 마운드가 조화를 이루며 FA 선수와 부상 선수의 공백을 메워냈다고 본다. 조인성이 신인 임치용을 잘 이끌어줘, 신인인데도 몇 승을 올린 선수처럼 자신 있고 대담하게 잘 던지고 있다. 안정광도 자꾸 출전하다 보니까 자신감이 생겨서 많이 좋아졌다.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은 다를 바가 없다. 지금 같은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유지해서 정규시즌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

-올 시즌을 맞는 각오를 말해달라.

▲야구장에서 최선을 다해서 팬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팀이 되겠다. 올 시즌은 8강8중이 될 것이다. 삼성이 우승하겠다고 했는데, 안 된다. 우리가 우승할 것이다.

간혹 우리 팀 전력이 약해졌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SK는 시즌 전 전문가 예상에서 4강도 어렵다는 평을 받은 적이 많다. 하지만, 보란듯이 우승을 하지 않았나. 또 시범경기도 1위 했다. 올 시즌 전망에 SK를 4강에서 제외하는 전문가는 큰코다칠 것이다.

 

-선수들에게 강조한 게 있다면.

▲선수들에게 기본·집중·팀 등 3가지를 강조했다. 기본은 치고 열심히 뛰어라, 투수는 공을 던지고 맞으면 베이스커버에 들어가라, 내야수들은 수비 백업을 위해 뛰어라, 콜플레이를 해라다.

이같은 기본에 집중이 필요하다. 이번 시범경기 1위는 선수들이 실전과 같이 집중한 덕분이다. 그러다 보면 팀을 위한 플레이가 나오게 된다. 팀이 승리해야 개인도 빛이 난다는 철학에는 변함이 없다.

-투수진이 많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많은데.

정대현과 이승호 등 불펜의 주축 투수들이 빠져나가면서 투수진이 많이 약화됐다는 평가들을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물론 아쉬워하는 팬들도 많겠지만, 올해는 새로운 선수들을 데리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 임경완, 최영필, 박정배 등 새 전력이 가세했고 젊은 투수들이 많이 성장하는 등 지금 있는 선수들로도 충분하다. 성준 코치가 투수들을 잘 이끌고 있다.

그동안 전지훈련과 연습·시범경기를 통해 선발, 불펜, 4번 타자 기용, 수비 등을 충분히 점검했다.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해 뛰겠다”고 말했다.

-올 전지훈련은 어땠나. 성과가 있었나.

▲내가 감독 부임 이후 늘 강조했던 기본, 집중, 팀이라는 세 가지 항목을 선수들이 충실히 따라줬다. 그 점에 만족한다. 특히 수비 짜임새가 좋아졌고 공수강화도 효율적으로 잘 이뤄졌다.

무엇보다 연습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이 매우 생동감 있고 에너지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선수들이 치고 던지는 데 힘이 느껴졌다. 내가 그동안 생각하고 추구했던 야구가 그런 야구였다. 선수들이 잘 따라와 주고 있는 것 같아 매우 만족스럽다.

-전지훈련 성과가 이번 시즌에 어느 정도 효과로 나타날지.

▲야구선수는 운동할 때 딱 4시간만 집중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래서 4시간만 집중력 있게 훈련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율적으로 쓰도록 했다. 수비가 부족하면 수비연습을, 웨이트가 필요하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식이다.

충분한 자율과 그에 따른 책임으로 프로의 자세, 그리고 팀의 전력을 극대화했다고 생각한다.

시즌 부상을 당했던 선수들의 회복 여부나 컨디션 조율도 됐다. 선수들이 부상에서 90% 이상 회복했고, 홍남일 코치가 선수들과 함께 재활 스케쥴을 잘 소화하면서 재활을 잘 이끌어 줬다. 시범경기에서 이는 증명됐다.

-지난해 보여줬던 헐크 액션이 시범경기 때 조용했는데.

▲작년에 이미 ‘권위의식을 보이고 싶지 않고, 똑같이 하겠다’고 말하지 않았었나.

선수들과 미팅 때 이야기했다. 이제 시즌이 시작됐으니 경기 때마다 다시 설칠 것이다. 내가 큰소리를 치거나 격한 표현을 하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그냥 경기에만 집중하라고 했다.

시범경기 때 조용했던 건 에너지 비축이다. 나도 저축을 해야 하지 않겠나. 시즌 때 쏟아 붓기 위해 자제한 것 뿐이다.

-올 시즌 키 플레이어는 누구로 꼽나.

▲굳이 꼽는다면 정근우다. 국내 최고의 2루수인데, 실력에 비해 아직도 스타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정근우는 고정 1번입니다. 어떻게든 살아나가서 상대팀을 흔들어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검증된 용병 로페즈와 마리오, 김태훈 등 다른 선발진들에게 기대하고 있다. (김)광현이와 (송)은범이가 돌아오는 시기까지 나머지 선발진이 잘 이끌어줄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프로구단은 한두 명의 스타 플레이어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다. 모든 선수들이 다 키 플레이어다. 그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훌륭한 팀을 만들어 낸다.

이민우기자 lm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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