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후 1시30분께 양평군 양평읍 공흥리 야트막한 언덕에 위치한 양평군 노인요양원 강당.
소방관 3명이 진압복 대신 정장을 입고 한손에는 악기들을 든 채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한 여성 가수와 함께 등장했다.
도대체 이들은 무슨 목적으로 어르신들을 찾았을까.
“저희는 화재를 진압하려고 온 게 아니라, 어르신들 가슴 속에 피고 있는 외로움이라는 불을 꺼드리기 위해 출동했습니다.”
마침 강당에선 할아버지와 할머니 40여명이 30분 전부터 이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
소방 마스코트를 쓴 양평소방서 김한성 소방행정과 소방장(46)이 간단한 마술묘기를 선보인 뒤, 사회를 맡은 여성 가수 홍비(紅飛)씨가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라면은 ‘그대와 함께 라면’이라는 우스개 소리를 들려주자, 딱딱하게 굳어있던 어르신들의 표정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이어 양근119안전센터 변종섭 소방장(46)이 색소폰을 꺼내 들었고, 공흥119안전센터 신효섭 소방장(50)이 트럼펫을 잡았으며, 김한성 소방장은 추임새를 넣으면서 흥을 돋구기 시작했다.
홍비씨가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에 이어, 자신의 노래인 ‘사랑의 화살’을 구성지게 부르자, 어르신들의 얼굴에선 웃음꽃이 활짝 피어나기 시작했다.
어떤 할아버지는 앉은 채 어깨춤을 덩실덩실 췄고, 어떤 할머니는 노래를 따라 불렀다.
변 소방장이 색소폰으로 ‘갑돌이와 갑순이’를 연주하자 어르신들은 옛날 젊은 시절이 생각나는 듯 감회에 젖기도 했으며, 무대 앞에서 맴을 돌며 흥겨워했다.
나훈아의 ‘고향역’이 신 소방장의 엷은 트럼펫 소리에 깔려 반주로 나오자, 할아버지와 할머니 눈가에는 이슬이 촉촉하게 맺히기도 했다.
1시간30여분간의 다채로운 공연으로 구성된 콘서트가 끝난 뒤에도 어르신들은 행복 바이러스에 젖어 일어설 줄을 몰랐다.
양평=허행윤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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