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탈북인 인권, 정부가 못한다면 국민이 나서자

몇 해전 차인표 주연의 영화 크로싱을 보았다. 크로싱은 북한주민의 인권과 탈북인들의 실태를 다룬 영화다. 가슴 아픈 영화다.

 

주인공 용수는 북한의 평범한 가장이다. 용수는 둘째 아이를 임신한채 폐결핵에 걸린 아내와 며칠째 굶주린 아들의 약과 양식을 구하기 위해 두만강을 건넌다. 약과 양식을 구하면 곧바로 돌아가기로 한 용수는 중국에서 갖은 고생을 하지만 뜻하지 않게 남한으로 오게된다. 그사이 아내는 병이 깊어져 죽게 되고 어린 준이는 아버지를 따라 두만강을 건너려다 붙잡혀 수용소에 갇힌다. 용수는 브로커를 통해 아들 준이를 구하려고 했으나 길이 엇갈려 아들은 별이 총총한 차디찬 몽고 어느 사막에서 어둔 밤하늘을 이불삼아 숨을 거두고, 용수는 아들의 차가운 시신을 부여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는다.

 

북한의 현실은 우리의 상상 이상 비참하다. 식량배급 체계가 무너지고 배급할 식량도 연 100만톤 이상 부족하여 이미 300만명 이상이 굶주려 죽었고, 600만명이 기아에 노출되어 있으며, 하루에도 수백명씩 굶주려 죽는다고 한다. 부모를 잃은 16세 이하의 고아 일명 꽃제비는 20만명이 넘어섰고 이들은 구걸을 하고, 길바닥이나 하수구를 뒤져 연명한다고 한다. 캐나다 의회 인권분과위원회에서 탈북여성의 인터뷰는 더 처참하다. “먹을 것이 떨어져 어떤 엄마는 죽은 자식을 돼지고기로 속여 팔기도 하고, 자식을 죽여 먹기도 한다”고 증언했다.

 

북한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요덕을 비롯한 6개의 정치범 수용소가 있다. 탈북에 실패하거나 중국에서 강제 북송된 탈북인을 비롯한 약 20만명 이상이 수용되어 있다. 수용된 사람들은 인간이하의 취급을 받는다. 수용소 간수로 일했던 사람의 말에 따르면 “수용된 사람들은 인간이 아니고, 개, 돼지처럼 짐승처럼 대하라”라고 교육 받는다고 한다.

 

탈북에 성공하더라도 기다리고 있는 현실은 간단치 않다. 중국공안에 붙잡히지 않기 위해 숨어 살고, 여성들은 성노예 취급을 당하며 단돈 200만원에 물건처럼 거래된다고 한다.

 

요즘 중국내 탈북인들의 강제 북송 문제가 사회적 이슈이다. 탈북인들은 어떠한 이념이나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들은 다만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식량을 구하기 위해 북한을 탈출한 것이다.

 

강제 북송되면, 이들은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다.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온갖 고문과 죽음뿐이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를 확고히 하기 위해 탈북인들에 대한 처벌을 더욱 강화하고 가족까지 처벌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 정부의 태도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것은 애초에 기대할 수 없다. 중국을 관통하는 국제정치 및 역사인식을 차치하고라도 인권에 대한 인식은 보편적 상식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우리정부의 공식 항의가 있은 후에도 30명이 넘는 탈북인들을 강제 북송했다고 한다. 중국은 자신들의 국가적 스승이라고 섬기고 있는 공자가 ‘군자는 덕을 생각하지만 소인은 편히 살 곳을 생각하고 군자는 법도를 생각하지만 소인은 혜택을 생각한다’ 라고 한 말을 되새겨 보고 부끄러워 해야 할 것이다.

 

탈북인들의 문제는 같은 하늘 아래, 우리 동포가 겪고 있는 문제다. 바로 우리 자신의 문제이다. 거창하게 통일을 운운하는 것도 아니다. 인권에 대한 이야기다. 인권은 이념과 사상과 정치를 초월한다. 국적, 인종 등을 불문하고 태어나면서부터 누구나 부여 받은 보편적이고 평등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국제여론 형성을 위해 우리 국회의원들이 제네바의 유엔 인권이사회(UNHRC)를 방문한 이후 국제사회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고 미국과 유럽 곳곳에서도 우리와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들이 인류애를 외치며 탈북자 북송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지난달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단식에 들어갈 때만 해도 일부의 관심사에 불과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커다란 변화다.

 

중국정부를 움직이지 못한다면 전세계인들의 지지를 끌어내자. 그러자면 우리 스스로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의 무관심이 탈북인들은 물론 그들의 가족까지 죽음으로 몰고가고 있다.

 

박근태 경기도청 연구지원 담당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