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에도 훌륭한 올레길 만드세요”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창조아카데미서 강조

“자전거 천국’ 양평에 제주도 올레보다 더 훌륭한 길을 만들지 못하라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제주 돌밭길 걷기를 세계적인 문화상품으로 만든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56·여)은 지난 22일 양평군 군민회관에서 개최된 제125회 창조아카데미에서 이처럼 강조했다.

 

하루 전날 두물머리부터 몽양 여운형 선생 기념관, 옥천 냉면집, 용문산 등지를 한발 한발 발품을 들여 걸어 봤다는 그녀는 강의의 첫 머리를 지난 2006년 스페인 여행 추억으로 열었다.

 

“나이 오십을 앞두고 30여년 동안의 기자생활을 정리하고, 무작정 스페인으로 떠났습니다. 성 야곱의 전도길로 유명한 ‘산티아고데 콘포스텔라’를 걷기 위해서 였죠. 36일 동안 그 흙길을 제 고향 제주도 사투리로 ‘놀멍’(놀며), ‘쉬멍’(쉬며), ‘거르몽’(걷다) 하다보니 직장생활로 찌든 세파와 스트레스가 싹 걸러지고, 순수했던 어린 시절 추억만 남더라구요. 그러다 보니 ‘아! 길은 이처럼 세상만사로 지친 현대인들을 치료해주는 병원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스페인 도보여행을 마치고 고향인 제주도로 돌아온 그녀가 올레를 처음 만든 건 지난 2007년 9월이었다.

“발길을 옮기다 잠시 쉬면서 올려만 봐도 아름다운 에머랄드빛 하늘과 쪽빛 바다, 그리고 띄엄뛰엄 웅크리고 있는 오름과 밭두렁 등도 스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해 올레를 만들었습니다. 걷다가 배가 고프면 마을 식당에 들어가 끼니를 해결하고 다리가 아프면 돌담에 기대 앉아 쉬고, 밤이슬이 내리면 민박집에 들어가 잠을 청하는 등 철저하게 걸어가는 사람의 눈높이에 맞췄습니다. 그리고 집집마다 독특한 사연들을 스토리로 만들었죠.”

 

그렇게 조성된 올레는 모두 24개 코스에 395㎞로, 평균 소요시간은 5~6시간이며, 지난해의 경우 1년 동안 올레를 찾은 관광객은 109만명에 달해 이들로 인한 관광수익도 3천250억원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 이사장은 “그러나 이같은 단순한 수치보다 더 소중한 가치는 지리산 둘레길, 남해 지겟길, 무등산 옛길, 충남 연가 등 올레의 성공 이후 전국적으로 도보여행 열풍을 가져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양평에도 올레가 조성된다면), 비행기를 타고 제주 올레를 찾지 않고, 전철을 타고 양평 올레로 오지 않겠느냐”며 조심스럽게 ‘양평의 올레 조성’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양평=허행윤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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