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서 누가복음에는 선한 ‘사마리아인’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설교 중에 강도를 만난 사람이 있었으나 제사장과 레위인은 그냥 못 본체 지나치고 사마리아인이 그를 구하고 안전한 곳으로 옮겨 치료하였던 장면으로 예수 그리스도는 ‘너희도 이와 같이 행하라’는 당부로 이 부분의 설교는 마무리 된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유명하여 더 이상의 설명도 필요 없지만, 기독교의 교리를 설파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으니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수 년 동안 화재를 비롯한 각종 재난 현장에서 잔뼈가 굵어 온 소방관의 입장에서 이 부분이 특별히 생각나게 되는 것은 자칫 잃을 뻔 했던 생명을 극적으로 구했을 때 느끼는 희열은 말할 수 없이 크지만 구할 수 있는 생명을 순간의 차이로 잃어야 했던 가슴 아픈 상처를 동시에 간직하며 살아온 안타까움도 너무도 가슴속에 사무치기 때문이다. 5년이 훌쩍 지나가 버린 지금에도 잊혀 지지 않는 하나의 사건이 아직도 마음속을 떠나지 못 하고 있는데, 그 사건에서 구하지 못한 아쉬움보다도 성서에 등장하는 선한 사마리아인이 생각나게 하는 사건이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늦은 봄에서 여름으로 접어드는 5년 전 어느 새벽, 차량이 물속으로 추락했다는 신고를 접수받고 새벽바람을 가르며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갔지만 거리가 먼 탓에 10분 정도가 걸려서야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신고자가 제보한 대로 추락한 승용차가 물에 반쯤 잠겨있었고, 운전자는 얼굴의 반 정도가 물에 잠긴 상태로 사망했다. 운전자는 물속으로 추락하면서 충격을 받았을 것이고 그로 인해 의식을 잃어 얼굴이 물에 잠겨서 호흡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이 됐다. 5년이 지난 이 사건이 지금도 가슴 아프게 기억되는 것은 당시 누군가가 운전자의 머리를 조금만 들어주고 호흡할 수 있게 도와주면서 119를 기다렸다면 충분히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누군가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소중한 생명이 있다. 누구나 그런 현장을 발견하면 119로 전화를 할 것이고, 소방관은 교통 체증이 심한 도로를 비집고 달려갈 것이다. 그러나 잠시 생각 하게 되는 것은 119를 신뢰한 나머지 누구나 신고는 잘 하는데 그것으로 자신은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하고 더 이상의 조치를 하지 않고 119 소방관에만 의존하는 현실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각종 사고현장에 출동해 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구경을 하면서 각자 가지고 있는 휴대전화로 촬영은 해도 현장 활동에 도움이 되는 사람은 그다지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우리 주변에서 사고가 발생해 위태로운 생명이 있을 때 119 소방관이 도착하기 전까지 도민 스스로가 최소한의 응급조치를 할 수 있다면 위급한 생명의 소생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서는 각 소방관서에 CPR(심폐소생술) 교육장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으며, 홈페이지 및 스마트 폰을 통해 교육영상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선한 사마리아인을 만들기 위한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에 도민 스스로 참여해 안전문화가 꽃 피고, 그 결실의 열매가 풍성하게 열리길 기대해본다.
김 영 환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소방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